[비바100] 늘 돈이 문제, 넌 대체 어디서 왔니? 신간 '돈의 발명'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6-19 09:00 수정일 2015-06-19 11:34 발행일 2015-06-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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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_환전상과 그의 부인
탁자위에서 돈을 세는 환전상. (제공=책세상 출판)

브릿지경제 김동민 기자 = 누군가에게는 ‘돈’이 삶의 정의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선과 악이 결정된다. 

돈은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아니다’라고 암시를 걸지만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삶은 돈 없이는 설명조차 할 수 없다. 돈으로 경제가 순환하고 수익이 생기면서 나라와 사람은 힘을 얻는다. 

16세기 유럽 금융의 중심은 이탈리아였다.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금화가 전 유럽에 통용되고 그 영향력은 지구 반대편 인도까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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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돈의 발명’ (제공=책세상 출판)

풍부한 사료를 토대로 16세기 책의 혁명을 이야기한 ‘책공장 베네치아’의 저자 알렉산드로 마르쵸 마뇨는 신간 ‘돈의 발명’에서 금융의 기원을 추적한다. 

이탈리아 역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체계적으로 돈의 역사를 파헤치기 위해 방대한 자료 조사를 했다.  단테 알리기에리나 프랑코 사케티 등 당대 문인들의 작품뿐 아니라 조반니 빌라니와 마린 사누도 등 역사가들이 기록한 연대기를 읽었다. 

이탈리아 각 지역별 문서 보관소의 자료도 조사했다. 대를 이어 전해진 상인들의 회계장부와 재판소에 보관된 범죄 기록 역시 책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자료였다. 

탄탄한 조사를 바탕으로 했기에 저자는 금융의 역사에 얽힌 이탈리아 이야기를 신빙성 있게 풀어놓을 수 있었다.

유럽에서 다시 화폐가 등장한 것은 상인과 수공업자가 등장하면서다. 가장 먼저 신성로마제국의 ‘데나로’였지만 곧이어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자기 도시의 화폐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등장한 화폐 ‘체키노’를 소개한다. 땅에 돈을 묻으면 돈 나무가 자라서 돈이 주렁주렁 열릴 것이라는 여우와 고양이의 거짓말에 속아 피노키오가 땅에 묻었던 금화가 체키노다. 

이는 1284년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처음에는 ‘투카토’로 불리다 1544년부터 ‘체키노’로 이름을 바꿨다. 그 순도는 99.7%로 전 유럽에서 기준 화폐로 쓰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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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 나오는 화폐 ‘두카토’. 1284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처음에는 두카토로 불리다가 1544년부터는 ‘체키노’로 이름을 바꿨다. (제공=책세상 출판)

화폐에서 시작된 돈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은행으로 이어진다. 화폐가 만들어지고 상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초기 은행의 모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탈리아에서 은행을 뜻하는 단어는 ‘방카(Banca)’다. 당시 교황청은 모든 기독교 국가를 대상으로 세금을 거둬들였다. 각지에서 수많은 물건과 갖가지 화폐가 모여들었다. 그 무대는 천을 깐 탁자였다. 이탈리아어로 탁자는 ‘방코(Banco)’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돈 자루가 하나씩 놓이는 탁자가 곧 은행이었다. 베네치아에서는 16세기에 ‘피아자 디 리알토 은행’과 17세기에 ‘지로 은행’이 설립됐다. 

시에나에서는 15세기에 ‘몬테 데이 파스키 은행’이 설립되어 자국의 금융업을 전담했다. 몬테 데이 파스키 은행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역사서의 가치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메시지에 따라 결정된다.

역사서의 한 갈래로서 돈을 다루는 ‘돈의 발명’의 메시지는 깊다.  돌이켜 보면 필요에 의해 돈이 발명되고 그 쓰임을 이롭게 하려고 은행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 목적은 변함없지만 그 의도가 살짝 틀어진 게 사실이다. 책은 돈을 중심에 둔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어두운 욕망도 숨기지 않고 지적한다. 돈을 좇는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책세상 출판. 가격 2만 2000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