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자인-피첸' 공동 CEO 사퇴…새로운 개편 전략나설까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6-08 17:41 수정일 2015-06-08 17:41 발행일 2015-06-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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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p>안슈 자인(왼쪽)과 위르겐 피첸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 앞서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AP=연합)

독일 최대 시중은행인 도이체방크(도이치은행)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안슈 자인과 위르겐 피첸이 동시에 사임한다. 도이체방크의 상징이었던 두 사람이 사퇴하면서 향후 이 은행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자인 CEO가 이달 말에 사퇴하고 피첸 CEO도 도이체방크의 차기 정례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5월에 회사를 나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후임에는 지난 2013년 도이체방크 감독이사회에서 일해 온 존 크라이언(54)이 새로운 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언은 영국 출신으로 도이체방크의 주요 경쟁사인 스위스 UBS의 재무책임자(CIO)를 역임했다. 크라이언은 이달 말 자인 CEO가 나가면 피첸과 함께 공동 CEO가 됐다가 내년 5월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피첸이 사퇴하면 단독 CEO가 된다.

크라이언은 CEO 교체 발표 후 성명을 내고 “도이체방크의 미래는 회사 전략 개편 방식, 고객 신뢰 회복 그리고 투명성 개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두 CEO의 공동 사퇴는 주주, 투자자들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2주 전 열렸던 도이체방크의 연례 주주총회 당시 은행의 저조한 경영실적과 대규모 과징금 등으로 주주 39%는 도이체방크의 경영 방식에 반대표를 던졌다. 또 여러 투자자들은 자인과 피첸 공동 CEO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4월 도이체방크가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에 런던 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 금리 조작 혐의로 25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의 대규모 과징금을 무는 사태에 이어 지난달 외환 시장 조작과 관련된 벌금도 남아 있어 이들의 불신이 더 커졌을 거라고 분석했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 그룹의 오마 폴 애널리스트는 “새로 부임할 존 크라이언 CEO와 함께 도이체방크는 투자자들의 마음 속에 가장 믿음직한 은행 중 하나로 전환할 것”이라며 “기존 개편 전략 마련에 깊게 관여해온 크라이언이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하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의 신뢰도는 확실히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CEO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런던 소재 애틀랜틱 에쿼티스의 크리스 휠러 은행 애널리스트는 “(개편 전략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의 ‘챔피언 은행’을 탈바꿈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도이체방크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