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명화에 담긴 음식문화 이야기 '그림에 차려진 식탁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6-05 09:00 수정일 2015-06-05 09:00 발행일 2015-06-05 14면
인쇄아이콘
그림에차려진식탁 표지 평면
사진제공=예문당

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그림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시대상은 물론 의식주, 미의 기준 등 사회, 경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그리고 최근 TV를 휩쓰는 코드는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혹은 '쿡방'(요리하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잘 먹기 위한 레시피부터 서바이벌 경연, 자급자족 생존 리얼리티, 미식연구에 가까운 담론까지 방송을 점령했고 셰프들이 엔터테이너로 카메라 앞에 선다. 그 어느 때보다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다. 

시대상을 담고 있는 고전 명화와 최근 트렌드인 ‘먹을 것’이 만나 책으로 엮였다. 명화 속 인물 이야기로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그림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작가 이여신이 이번엔 명화 속 ‘음식문화’에 초점을 맞춘 ‘그림에 차려진 식탁들’을 출간했다. 

에피타이저-메인디시-디저트로 이어지는 만찬처럼 ‘식사를 준비해볼까?’, ‘차려진 식탁 엿보기’, ‘디저트를 먹어볼까?’ 순으로 배치한 구성도 흥미롭다. 

더불어 마지막 장인 ‘밖에서 즐기는 식사’에서는 파리의 술집과 레스토랑, 야외 티타임, 새참과 주막 등 밖에서 즐기는 동서양의 식문화를 특식처럼 차려낸다.

2015060501010002715
<휴일> 제임스 티소, 1876년경(사진제공=예문당)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쓰여졌다는 점이다. 청소년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책으로 마치 미술교사가 학생들에게 혹은 부모가 자식에게 설명하듯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어른들에게도 흥미롭고 유용한 먹거리에 대한 지식들이다. 이에 부모와 자식이 함께 그림과 음식에 대한 지식을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책이다.

2015060501010002718
<휴일> 제임스 티소, 1876년경(사진제공=예문당)

네덜란드 화가 욥 베이크헤이데의 1681년작 ‘빵 굽는 사람들’과 얀 스테인의 ‘빵장수 부부’ 속에는 검은 빵 더치브레드과 브레첼(프레첼)을 볼 수 있다.

더치브레드는 겉 표면에 쌀가루를 뿌려 구워 누룽지처럼 바삭하고 구수한 네덜란드 전통 빵이고 브레첼은 남은 빵 반죽을 길게 밀어 하트모양으로 만든 빵으로 쫄깃하고 짭짤해 현재까지도 즐겨 먹고 있다.  

빵의 기원을 설명하고 빵 색깔로 빈부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했던 그 시절의 빵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독히 가난했던 사람들이나 먹던 호밀, 보리 등으로 만든 거칠고 검은 빵은 현대에는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자·연대 미상의 ‘국수 만들기’에서는 이탈리아 전통면 파스타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스타의 원조가 자기네 국수라 우기는 중국, 하지만 실상은 이슬람 상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서양화 뿐 아니라 동양화, 한국화를 통해 동서양 음식문화를 골고루 소개하기도 한다. 신윤복의 ‘저잣길’, 윤두서의 ‘나물캐기’에서는 조선의 음식과 요리 문화, 식탁 예절 등을 엿볼 수 있다.

2015060501010002721
<야연> 성협, 조선 후기(사진제공=예문당)

두 번째 장인 ‘차려진 식탁 엿보기’에서는 화려하고 풍성한, ‘쾌락’의 일종이었던 귀족들의 식사 풍경과 감자, 콩 등을 먹는 서민들의 소박하고 고단한 상차림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추수감사절과 칠면조 고기, 크리스마스, 결혼식, 돌잔치, 회갑연 등 삶 속의 특별한 이벤트의 식탁풍경도 만날 수 있다.

‘식탁을 치우다’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Dsservir’에서 생겨난 단어 디저트, 아랍어로 ‘달콤한 소금으로 만든 공’이라는 뜻의 ‘쿠라트 알 밀’에서 유래한 캐러멜을 비롯해 엿, 치즈, 커피, 초콜릿, 우유 등 디저트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림 속 식탁과 음식으로 미술상식과 시대상 습득은 물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거나 반대되는 현상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만5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