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 열풍… 한국 기업 보이지 않는 이유는?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6-02 18:06 수정일 2015-06-02 18:06 발행일 2015-06-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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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월 한달간 M&A 규모 사상 최대 기록

지난 5월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규모가 2430억달러(약 271조원)에 달해 미국 발 글로벌 M&A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호황 때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데이터 제공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미국 기업들의 M&A 규모가 이전 사상 최고 규모인 2007년 5월 2260억달러(약 252조원), 2000년 1월 2130억달러(약 237조원)를 넘어서게 됐다고 1일 보도했다. 특히 초대형 ‘점보딜’이 미국에서 M&A시장 활황을 이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기업들의 M&A 거래는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올 1분기 전체 거래 규모는 1조3000억달러(약 1405조원)에 달한다. 이 중 50억달러(약 5조원) 이상의 M&A가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올 1분기에 이뤄진 초대형 거래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버크셔해서웨이와 3G캐피털이 공동 소유한 식품업체 하인즈다. 하인즈는 크래프트를 약 1000억달러(약 111조원)에 사들였다. 미국 4위 케이블업체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은 5월에 2위 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TWC)과 6위인 브라이튼 하우스를 900억달러(약 100조원)에 인수해 주목받았다.

이어 다국적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은 석유가스생산업 경쟁사인 BG그룹을 올해 초 820억달러(약 91조원)에 인수해 글로벌 점보딜에 가세했다. 홍콩 재벌 리카싱의 통신기업 허치슨왐포아와 청쿵실업의 합병(454억달러·약 51조원), 반도체 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와 미국 통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370억달러·약 41조원) 합병도 주목받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 또한 1일 칩 제조업체 알테라를 167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1일 밝히면서 초대형 M&A 거래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같은 글로벌 M&A 열풍 속에 한국 기업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와 상업용 LED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를 인수한 것 외에 한국 기업들의 M&A는 눈에 띄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진행한 M&A도 모두 3억달러 미만이다.

중국기업이 올해 1분기에만 약 77건, 202억 달러 규모의 해외 M&A를 단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의 거시 경제상황도 우리 기업들의 해외 M&A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생긴 원화 절상압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자금의 해외유출을 유도하기 위한 증권투자, 해외직접투자(FDI)·해외 인수합병(M&A)·공공부문 해외투자를 포함하는 전방위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자금상황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58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현금보유액이 58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에 관심이 없는 듯이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체제가 강한 한국 기업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때문에 해외 M&A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