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핸들을 놓아야 풍경이 보인다… 알뜰하고 낭만적으로 '버스타고 주말여행'

허미선 기자,이소연 기자
입력일 2015-05-29 09:00 수정일 2015-05-29 09:00 발행일 2015-05-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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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주말여행(시공사)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자!” 

자동차를 몰고 최소 서너 시간, 여행지에 도착해 짐 푸는 시간 잠시 그리고 끊임없이 운전을 하고 또 운전을 한다.

제주도를 간다 해도 비행기로 1시간 남짓,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는 렌트카 운전석에 오르는 순간부터 여행 일정이 끝날 때까지 운전의 노고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가족 중 누구하나는 여행 기간 내내 ‘희생’을 해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가족과의 여행은 어느 순간부터 피하고만 싶은 이벤트가 돼 버렸다.

관광지, 음식점 등 가는 곳마다 주차전쟁이니 이 스트레스 역시 만만치 않다.

그렇게 여행일정을 끝내고 다시 서너 시간의 운전을 해 귀가하고 나면 녹초가 되고 만다.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피곤은 쌓일 대로 쌓인다. 국내여행의 수고는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몰려든다. 이렇게 국내여행은 진짜 ‘큰맘’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결심한다. 이 돈에 이렇게 피곤할 거라면 다음부터는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이 같은 결론에 반기를 드는 책 ‘버스타고 주말여행’이 출간됐다.

자유여행자를 위한 ‘저스트고’ 시리즈의 시공사에서 출간한 ‘버스타고 주말여행’의 저자는 2013년 출간한 ‘버스타고 제주여행’의 ‘깔깔씨’ 안혜연이다. 안혜연은 여행 파워블로거로 ‘버스타고 제주여행’은 12쇄를 찍어낼 정도의 베스트셀러다. 

버스로 떠나는 제주여행을 제안했던 저자는 새 책 ‘버스타고 주말여행’으로 버스를 타고 전국 구석구석을 가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여행은 일상이다.’ 이 책의 콘셉트는 그렇다. 출근하면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인들과의 나들이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듯 떠나는 것이 ‘버스 여행’의 매력이다. 벼르고 별러야 가능한 이벤트거나 큰 희생이 따르는 피곤한 가족 여행이 아닌 일상처럼 떠나는 여행은 삶의 활력소이자 피로회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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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이소연 기자

책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시내버스, 시티투어버스 등 다양한 버스 종류와 이용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총 네개 파트 중 첫 번째는 일종의 워밍업이다.

각 버스 승차권 예매와 발권부터 고속버스 환승 제도, 소도시의 시내버스 시간표 읽는 법, 행선지 구별법, 버스정류장에서 길 찾기 요령 등 알아두면 유용한 버스 정보가 단계별, 상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여기에 비용과 짐 싸기 비법,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찾은 게스트하우스 28곳까지를 9개 스텝에 담아 버스여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여행지에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여행자를 위한 3박 4일 테마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꽃향기를 따르는 봄 여행, 전라도 맛 기행, 알짜배기 강원도, 경상도 인기 여행지에 이어 EBL패스(고속버스 프리패스)로 본전 뽑기까지 5개다.

그리고 꽃피는 계절, 바다, 재래시장, 역사 유적지 그리고 기분과 상황에 따른 추천 여행지를 소개한 세 번째 파트에 이어 마지막 파트에서는 구체적으로 1박 2일 버스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 순천·여수, 담양·곡성, 광주·나주 등 지명 나열만으로는 분명 자동차가 필요해 보이는 코스를 버스로 다닐 수 있게 깨알같이도 적었다.

운행시간표에 맞춰야 탈 수 있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이미 저만치 가버린 차를 붙잡아 올라 타 본적이 있는가. 그렇게 덜컹거리는 버스에 올라 옆 사람과 마치 오랜 친구처럼 안부를 나눠본 기억이 있는가.

도시에서처럼 시간에 쫓기거나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좋다. 여유롭고 느리게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가짐 자체가 곧 여행이고 힐링이다.

나 홀로 떠나는 힐링여행, 친구들과 무작정 떠났던 혈기왕성하던 시절을 떠올리는 추억여행,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리마인드 부부여행, 그 어느 때보다 절망할 일이 많은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청춘여행 등 버스여행은 익숙하지만 삶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이벤트’다. 가격 1만 6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