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방북 불허에 핵공격 위협까지… 도발 수위 높이는 北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5-05-20 17:44 수정일 2015-05-20 18:42 발행일 2015-05-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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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방북을 돌연 철회한 가운데,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해 대화 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반 총장은 20일 서울디지털포럼 연설에서 “오늘 새벽 북측이 갑작스럽게 외교 경로를 통해 저의 개성공단 방북 허가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방명록작성하는반기문유엔사무총장
국회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명록을 쓰고 있다.(연합)

반 총장은 “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그럼에도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해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반 총장에 대한 북측의 방북 허가 철회는 한반도 정세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가장 대표적인 국제기구 수장에게 방북허가 철회 배경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외교적 무례’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측이 최근 보인 도발적 행태와 긴장 모드를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북측은 당장 이날 오후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긴장 수위를 높였다.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에 강하게 반발하며 “우리의 핵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라면서 “함부로 도전하지 마라”고 위협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거론하며 “유엔 안보리가 세계평화와 안전 보장 사명, 헌장에 명기된 임무를 망각하고 미국의 독단·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 공정성과 형평성을 줴버리고(내팽개치고) 주권존중의 원칙,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반 총장은 북한의 일방적인 방북불허 통보를 받은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날 접견에서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유엔의 포스트-2015 개발 의제, 포스트-2020 신(新) 기후체제 및 한반도 정세 및 북핵·미사일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이 반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갑자기 철회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밝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장희 기자 jhyk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