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 붐 과열… 양조장 12시간 마다 한개 꼴 신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5-19 16:36 수정일 2015-05-19 18:08 발행일 2015-05-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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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 붐’ 현상이 이미 과열돼 거품처럼 꺼져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 포천은 최근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크래프트 비어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6년 사이 미국 맥주 제조 공장 수가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올해 말쯤이면 12시간 마다 한개 꼴로 수제 맥주 공장이 생겨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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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양조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라거’나 ‘스타우트’의 익숙한 맛이 아닌 시트러스부터 커피까지 다양한 향을 느끼해 해주는 수백 가지의 섬세한 맛을 내는 소량 다품종 수제 맥주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각 국에서 인기가 뜨겁다. 

그러나 커져가는 수제 맥주 시장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실제로는 실물경제의 두드러진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고 시장이 과열되는 등 수제 맥주 시장의 거품현상이 우려된다고 포천은 분석했다.

크래프트 맥주는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고유의 레시피에 따라 제작한 수제맥주를 말한다.

일정하게 정해진 레시피가 아닌 만드는 이의 취향에 따라 재료의 조합이나 첨가하는 재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양조사의 수만큼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 과정에서의 까다로움도 있지만 미국에서 수제 맥주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필수조건들은 세가지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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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

미국맥주양조자협회(Brew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수제 맥주는 △연간 600만 배럴 이하로 소량 생산해야 한다. △독립자본으로 경영돼야 하며 수제 맥주가 아닌 맥주를 생산하는 외부 회사가 참여한 지분 비율이 25%를 넘지 않아야 한다. △전통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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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들헤드 양조회사의 양조기술자 맷 코헨은 “현재 활발한 수제 맥주 소비가 머지않아 위기의 시점에 다다를 것”이라며 “경험도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이 분야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곧 수제 맥주를 생산해 돈을 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굉장히 좋은 맛을 내는 수제 맥주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맥주들도 상당히 많아졌다”며 “점점 더 많은 종류의 수제 맥주가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맛 좋은 맥주라고 선뜻 추천할 만한 제품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 수제 맥주 시장의 거품이 터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맥주양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15개의 맥주 양조업체가 생겨났으나 문을 닫은 곳은 46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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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위치한 브루클린 브루어리. (AFP=연합)

그러나 에일스미스 브루잉의 양조기술자 피터 지엔은 “적은 숫자라고 해서 무시할 것이 아니라 주목해야 할 것은 문을 닫고 있는 양조업체가 있다는 것”이라며 “나를 잠 못들게 하는 건 늘어나는 양조회사가 아니라 문을 닫는 소수의 양조회사다”라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