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회, '심평원 실손보험심사' 96%가 반대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5-05 18:30 수정일 2015-05-05 18:30 발행일 2015-05-06 6면
인쇄아이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실손보험 심사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손해사정사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손해사정사들은 심평원이 심사를 하게 될 경우 기왕증(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병)에 대한 사고기여도를 인정하지 않아 환자들이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사정사들이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는 기관이 심평원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심평원이 개인 진료기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손보험 심사시 민간보험사에 관련 정보가 새어나가 보험가입심사와 보험금 지급 거절 등으로 활용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사정사회가 최근 심평원의 회원 손해사정사를 대상으로 실손보험 심사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0명 중 77명이 반대했다.

손해사정사들이 실손보험 심사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사고로 인한 기왕증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3년 7월부터 자동차보험에 대한 치료비 심사를 심평원이 맡게 되면서 기왕증에 대한 사고기여도를 삭제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기왕증이 있는 경우라도 사고로 악화된 부분(기여도)에 대해서는 보상해야 한다.

백주민 손해사정사회 사무총장은 “심평원에서 기왕증에 대한 사고 기여도를 따질 때 환자진료 차트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제대로 사고내용을 살펴보고 기왕증의 사고기여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해사정사가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를 국가기관인 심평원이 담당하고 있어 결국 심평원에서 동일 건을 다시 심사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고를 당해 MRI를 찍었는데 심평원에서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니라 과거 질병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환자가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의신청도 환자가 직접 해야 한다. 이 경우 병원이나 손해사정사가 이의신청을 대신할 수 있는데 병원에서는 환자든 보험사든 돈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될 것이고,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도 다시 심평원이 맡게 돼 결국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해사정사회는 또 심평원이 국민의 진료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이 정보가 보험사로 새어나가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백 사무총장은 “심평원은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토대로 치료비의 적절성 여부 등을 판단하는데 보험사들이 심평원으로부터 이러한 과거병력 정보 등을 확보해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계약 해지에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