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뚝딱뚝딱' 나만의 공간, 조립하세요… 셀프 인테리어의 모든 것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5-04-24 09:00 수정일 2015-05-29 16:36 발행일 2015-04-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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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지방에서 갓 올라와 처음으로 접한 서울 하숙집은 침대와 화장대만으로 꽉 차는 작은 방이었다.

몇 번의 하숙과 자취 끝에 대출을 받아 산 인생 최대의 쇼핑은 바로 내 집. 처음으로 가진 내 명의의 집을 카페처럼 근사한 인테리어로 꾸며보고 싶지만 평당 기백만원이 소요되는 인테리어 비용에 주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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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현예진 기자 yesjin.hyun@viva100.com(사진제공=교보문고 북뉴스 박수진)

디자인하우스에서 출간한 ‘인테리어원북’(디자인하우스)은 인테리어업체나 디자이너의 도움없이 셀프리모델링에 도전한 평범한 30대 여성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상세히 담았다.

저자인 윤소연씨는 9년차 MBC 편성PD. 남편은 MBC ‘무한도전’ 등을 연출한 손창우 PD다. 대구 출신인 저자는 부산 출신의 남편과 사내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출을 받아 회사 근처 상암동에 집을 마련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 후 15년간 하숙집과 자취방을 전전하며 ‘카페같은 집’에 대한 열망이 커졌지만 어렵사리 갖게 된 ‘내 집’은 그렇게 예쁜 모습은 아니었다.

강화마루, 형광등, 몰딩과 걸레받이, 문턱 등 지극히 한국적인 스타일로 꾸며진 집에 어떻게 하면 새 옷을 맞춰줄 수 있을까. 

여행을 통해 접한 코펜하겐의 평범한 가정집같은 인테리어를 꾸미고 싶지만 가진 총알은 3000만원 뿐이었다. 스타일링 비용 1000만원을 제외하니 실제 리모델링 비용은 2000만원.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 예산은 6000만원이었다. 

이에 저자는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을 펼친다. 시공은 전문업체를 쓰되 디자인 및 인테리어 진두지휘에 직접 나서는 ‘셀프 리모델링’이 바로 그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테리어 업체는 평당 200만원, 동네 인테리어 가게도 평당 100만원을 불렀죠. 결정적으로 남편 친구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부탁했다 거절당한 게 제가 직접 나서게 된 동력이 됐어요. 오기가 생겨서 셀프리모델링에 도전하게 됐죠.”

구글링이 취미이자 일상이라고 할만큼 자료수집에 집착하는 습관과 편성PD로서 분석력을 키운 게 셀프리모델링에 큰 도움이 됐다. 사전조사에만 100일의 시간이 걸렸다.

노출천장 디자인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막막해 하다 조명업체에 전화해 핀잔을 듣기도 했다.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철거, 목공, 페인트공, 조명으로 이어지는 기본적인 순서를 거쳐야 하는 것도 수차례 전화를 돌린 끝에 알게 된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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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연PD의 상암동 아파트 거실 전경 (사진제공=교보문고 북뉴스 박수진)

‘인테리어원북’에는 이처럼 저자의 체험이 녹아 있다. “예산에 대해 너그럽게 생각하라, 몇천만원의 비용을 지출하고도 마지막에 1만~ 2만원으로 업자들과 부딪쳐 마음 상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셀프리모델링의 첫걸음은 주민 동의서 받기”, “모든 공사비용은 현금결제가 원칙” 등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팁들도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특히 한눈에 보는 셀프리모델링 스케줄표는 온라인 검색을 통해서도 접하기 어려운 귀한 자료다. 최저 800만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목공사를 400만원에 진행한 에피소드에서는 저자의 뚝심마저 읽힌다.

셀프리모델링은 선택의 연속이다. 저자 역시 계속된 선택 속에서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윤PD는 “모든 선택은 데드라인에 맞춰서 했다”며 “일단 철거를 하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웃는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일바닥을 선택하거나 거실 형광등 대신 간접조명만을 설치해 은은한 휴식공간으로 꾸민 것도 그의 선택이다. 예산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가장 머무는 시간이 많은 곳 위주로 셀프 리모델링을 하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윤PD는 “개인적으로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부엌공사에는 비용을 상대적으로 적게 집행했다. 화장실 역시 추후 공사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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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스타일링 (사진제공=교보문고 북뉴스 박수진)

‘인테리어원북’에서는 14일간의 리모델링 뒤 지금까지 계속되는 스타일링 에피소드도 곁들여져 있다. 저자는 성공적인 셀프 스타일링을 위해서는 일관된 콘셉트를 정하라고 조언한다.

마치 스칸디나비아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저자의 집은 그레이톤을 기본으로 온라인 직구와 동대문, 국내 가구숍에서 찾아낸 보석같은 아이템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실제로 남편 손창우PD의 휴대전화 SNS프로필이 “매일 저녁 북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적혀있다고. 비투프로젝트, 덴스크, 이노메싸 등 저자가 북유럽 여행과 구글링을 통해 알게 된 최신 북유럽 브랜드의 직구방법도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윤PD는 “만약 다시 집을 고치라고 해도 똑같이 고칠 것”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직접 집을 고치니 제 눈에만 보이는 하자가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불편함은 없어요. 저는 공간에 대한 결핍이 있었고 제가 마음에 드는 집에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죠. 제가 남의 집을 직접 고쳐드리긴 어렵지만 이 책이 언젠가 자기 집을 고치려는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같은 저자의 바람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인테리어원북’ 가격은 1만6000원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