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지 못한 당국에 '양치기소년'된 보험설계사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4-14 18:24 수정일 2015-04-14 18:24 발행일 2015-04-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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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자기부담금 인상 시기 유예… 업계 혼란
실손의료보험 자기부담금의 20% 인상 시기가 4월에서 8월 이후로 유예되면서 보험설계사들이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됐다. 금융당국의 제도변경 혼선으로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중요한 설계사들이 치명상을 입었고, 보험가입자들은 절판마케팅에 이용당한 꼴이 됐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4월부터 실손보험 자기부담금이 10%에서 20%로 오른다고 발표함에 따라 설계사들은 고객들에게 대대적인 절판마케팅을 벌였다.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이 인상되면 고객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보험을 들어야 한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고객들은 언론보도와 설계사들의 말을 믿고 자기부담금이 두 배로 인상되는 4월이 되기 전 서둘러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실제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5대 손보사는 3월에만 45만1225건의 실손보험(특약·단독 합계, 노후실손보험은 제외)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판매한 16만4744건에 비해 3배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의 자기부담금 상향에 대한 승인이 지연되면서 새 실손보험은 8월 이후에나 나오게 됐다. 자기부담금 상향도 ‘비급여’에만 적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개혁심사위원회가 비급여에 대해서만 자기부담금을 20%로 올리고, 유예기간을 3개월 정도로 결정하면서 새 실손보험에 대한 위험률 산출 작업 등이 늦어지게 됐다”며 “이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시행 시기가 지연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국의 신중하지 못한 대처로 인해 보험설계사는 새빨간 거짓말쟁이가 됐다. 특히 실손보험을 판매했던 설계사들은 해당 고객들로부터 ‘속아서 보험에 가입했다’는 원성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 설계사는 “회사로부터 관련 언론 보도를 토대로 교육까지 받아가며 4월이 되기 전 고객들에게 열심히 홍보하고 판매했다”며 “오락가락하는 정책 결정으로 인해 관리하던 고객과의 신뢰도 깨지고, 고객들로부터 불만만 듣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나중에 가입해도 될 보험을 일찍 가입한 것이 억울하다면 보험청약을 철회하고 실제 자기부담금이 인상되기 직전에 다시 가입하면 된다고 귀띔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자는 보험증권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그 이유와 상관없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며 “여기에 해당한다면 보험 가입을 철회하고 낸 보험료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