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자기부담금 인상 시기 유예… 업계 혼란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4월부터 실손보험 자기부담금이 10%에서 20%로 오른다고 발표함에 따라 설계사들은 고객들에게 대대적인 절판마케팅을 벌였다.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이 인상되면 고객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보험을 들어야 한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고객들은 언론보도와 설계사들의 말을 믿고 자기부담금이 두 배로 인상되는 4월이 되기 전 서둘러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실제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5대 손보사는 3월에만 45만1225건의 실손보험(특약·단독 합계, 노후실손보험은 제외)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판매한 16만4744건에 비해 3배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의 자기부담금 상향에 대한 승인이 지연되면서 새 실손보험은 8월 이후에나 나오게 됐다. 자기부담금 상향도 ‘비급여’에만 적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개혁심사위원회가 비급여에 대해서만 자기부담금을 20%로 올리고, 유예기간을 3개월 정도로 결정하면서 새 실손보험에 대한 위험률 산출 작업 등이 늦어지게 됐다”며 “이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시행 시기가 지연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국의 신중하지 못한 대처로 인해 보험설계사는 새빨간 거짓말쟁이가 됐다. 특히 실손보험을 판매했던 설계사들은 해당 고객들로부터 ‘속아서 보험에 가입했다’는 원성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 설계사는 “회사로부터 관련 언론 보도를 토대로 교육까지 받아가며 4월이 되기 전 고객들에게 열심히 홍보하고 판매했다”며 “오락가락하는 정책 결정으로 인해 관리하던 고객과의 신뢰도 깨지고, 고객들로부터 불만만 듣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나중에 가입해도 될 보험을 일찍 가입한 것이 억울하다면 보험청약을 철회하고 실제 자기부담금이 인상되기 직전에 다시 가입하면 된다고 귀띔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자는 보험증권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그 이유와 상관없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며 “여기에 해당한다면 보험 가입을 철회하고 낸 보험료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