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잡아내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4-13 17:02 수정일 2015-04-13 17:08 발행일 2015-04-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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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에서 한 20대 남성이 도로 반대편으로 건너려다 택시에 치여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흔히 벌어질 수 있는 무단횡단 교통사고였으나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던 경찰은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했다. 고의사고를 의심한 경찰은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결국 이 남성이 고의로 택시에 뛰어들었다는 정황이 포착됐고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다.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은 3200만원의 보험금 역시 모두 환수됐다.

#. A씨는 비탈길에서 신호대기로 정차하던 중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않아 뒷차량과 살짝 부딪혔다. A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사고 현장을 촬영해뒀다. 미미한 사고였으나 피해자는 자신과 동승자가 다쳤다면서 치료를 요구하며 언성을 높였다. 합의가 막히자 경찰은 국과수에 ‘마디모 프로그램’을 요청했고, 분석 결과 치료비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결국 피해자는 미리 지급받은 치료비를 전액 반환하게 됐다.

이같이 고의 교통사고를 일반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거나 경미한 사고로 신체적 피해가 없음에도 과도한 치료를 요구하는 행위가 발을 못 붙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험사기를 걸러주거나 교통사고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수사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해가 과장된 것으로 보이는 사고를 판별하거나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자 증가 추세에 따라 보험업계와 정부, 감독당국에서 보험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강화함에 따른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금 지급사례를 보면 미미한 사고임에도 과도하게 치료를 요구하는 등 보험금 누수가 있어왔다”며 “다양한 보험사기 및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을 통해 보험금 누수를 막고 우리나라의 잘못된 보상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997억원, 관련 혐의자는 8만4385명에 달한다. 2013년 적발금액 5190억원, 적발인원 7만7112명에 비해 각각 15.6%, 9.4%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사고 발생시 보험사기를 걸러주는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및 국과수에 따르면 보험사기를 걸러주는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마디모 프로그램’ 의뢰 건수는 2012년 250건에서 2013년 1250건, 2014년에는 약 5000건으로 크게 늘었다.

마디모 프로그램은 사고 당시 도로의 흔적, 차량 파손상태, 블랙박스에 남은 차량 속도와 움직임 등을 분석한다. 3D 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 한 뒤 그 영향도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피해가 과장된 것으로 보이는 사고를 판별하는 것이다.

마디모 프로그램은 관할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신청을 요청하면 된다.

사고 현장이나 차량 파손 상태 등을 사진으로 찍어두면 도움이 된다. 신청 후 약 1~2달 뒤 분석 결과가 나온다.

이밖에도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인 PC-CRASH의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해 차량단독 고의사고가 규명되고 있다. 이는 차량 속도, 차량 파손 상태, 차량과 사람의 거리, 신체 각도 등을 입력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과수와 도로교통 안전공단 등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 분석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험금 누수를 막고, 보험사기를 줄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