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음악, 패션 등 문화계를 대표하는 7명의 인사가 참여해 서울 속 공원에 얽힌 개인의 이야기를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책 ‘The Park’가 출간됐다.
책 속에 등장하는 7명의 이야기꾼들은 공원을 대하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음악평론가 차우진은 오래전 여자 친구와 데이트했던 일을 떠올리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이야기한다.
공원 잔디밭에 앉아 서로 좋아하는 CD를 가져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듣는가 하면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 등 그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추억들을 따뜻한 사진과 함께 회상한다.
올림픽공원은 음악적 장소로도 큰 의미가 있다. 차우진은 매년 봄과 가을 이곳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열광하는 무수한 사람 중 한 명임을 인증하며 독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다.
차우진을 시작으로 책은 7명의 화법으로 소중함을 잊고 지낸 7개 공원을 소개한다. 건축가로 일하다가 돌연 사표를 던지고 15개국을 여행한 오영욱은 과거를 향한 산책의 출발점으로 경복궁을 소개한다.
이미 한 번쯤 가본 공원이지만 책에 적힌 그들의 사연을 읽는 순간 그곳은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새로운 여행지가 된다.
책은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숨은 공원도 소개한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출연한 배우 유하준이 소개하는 노을공원과 패션디자이너 최지형이 말하는 도산공원이 그렇다.
책에서 유하준은 노을공원을 제대로 즐기는 팁을 숨김 없이 털어놓는다. 지긋지긋한 삼겹살 대신 해산물을 먹으라며 근처에 있는 수산시장을 알려주고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터득한 캠핑 노하우도 밝힌다.
이름도 생소한 도산공원은 신기하게도 강남구에 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공원은 다른 장소에 비해 크진 않다. 다른 인사들처럼 최지형도 공원을 이야기하고 그 근처에 함께 가면 좋은 장소들을 추천한다.
산책을 즐겁게 만드는 맛있는 초콜릿을 파는 가게, 조용히 나만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극장 등 공원을 좀 더 제대로 만끽하는 방법이 섬세하게 기록돼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하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높은 빌딩으로 향하는 것이 도시 사람들 전부의 모습이 아니길 바라는 의도로 이 책을 기획했다. ‘서울에 사는 7명의 이야기는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라운드 출판. 가격 1만2000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