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알아본 문명의 변천사 '탐식의 시대'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3-27 09:00 수정일 2015-03-27 09:00 발행일 2015-03-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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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식의 시대’(사진제공 =다른세상)

TV를 켜면 요리가 나오고 밖을 나서면 새로 생긴 음식점이 구미를 당긴다. 음식에 맛과 향이 있다면 역사도 있다. 신간 ‘탐식의 요리(다른세상출판)’는 요리와 음식으로 인류 문명의 변천사를 분석하는 책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요리는 언제나 분석과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 안에 당대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체제의 원리가 있다. 건강과 질병, 윤리와 종교에 대한 신념도 숨어있다. 

인류는 보다 나은 음식을 먹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어냈다. 이는 제국의 탄생, 권력의 이동, 종교의 확산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음식의 탐구가 곧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책은 ‘식문화는 지난 5000년간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서두에 던진다. 그리고 ‘요리와 음식’이란 색다른 시각으로 문제의 답을 찾아간다. 페르시아·로마·영국 등 한 시대를 호령했던 제국의 흥망성쇠 속에 요리가 있고 이슬람교·불교·기독교 등 주요 종교의 탄생과 확산에 음식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햄버거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 도시에서 햄버거를 즐긴다. 그러나 햄버거의 주재료에 해당하는 흰 빵과 쇠고기는 200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지배층만이 즐길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 책은 바로 이 200년을 동안 있었단 사회 변화를 음식의 관점에서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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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테르 아르트센 (Pieter Aertsen)의 '야채 상품 진열대의 시장주인(Market Woman with Vegetable Stall)'

요리의 역사를 살펴볼 때 1880~1914년은 가장 큰 전환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이때 중산층과 임금노동자들이 식품가공산업의 소비자로 급부상하면서 음식 문화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식품 가공 산업은 이들이 즐겨 먹는 흰 빵과 쇠고기를 저렴한 값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햄버거가 보편화됐다. 

햄버거와 곁들여 먹는 감자튀김도 1900년대 초만 해도 프랑스의 고급 요리였다. 그러나 1965년 맥도날드가 냉동감자를 이용한 감자튀김을 출시하면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서양에 비해 동양의 음식과 요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책의 아쉬운 점이다. 음식과 불교를 연관지어 설명하는 부분에 인도와 몽골 요리가 다뤄지지만 비중이 크진 않다.

중국 요리도 등장하지만 서양에 비하면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 요리에 대한 언급도 있다. 불교가 한국 요리에 영향을 끼치면서 발전한 전통 불교 요리가 몽골 요리의 침략과 함께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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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피터스(Clara Pieters)의 '식탁(Talbel)'

음식의 역사와 정치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도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저자 레이철 로던은 책에서 가공 식품이 불러온 삶의 질 개선을 말하면서 천연 식품에 열광하는 오늘날의 식문화를 경계한다. 그는 “좋은 음식을 결정하는 기준을 자연적이며 가공이 덜되고 가정에서 하는 요리로 단정 지을 경우 그 속에 숨겨진 역사적 흐름을 간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문명사를 기술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날의 식문화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다. 가공에서 비가공으로 변해가는 음식문화가 만들 다음 문명이 궁금해진다. 다른세상 출판. 2만4000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