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세상에 착한 변호사는 없다"…현직 변호사의 독백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3-06 09:00 수정일 2015-05-31 23:21 발행일 2015-03-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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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2만명 시대 똑똑한 의뢰인 되기 '변호사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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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변호사 사용법’ (사진 제공=라온북)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는다. 뜻하지 않게 싸움에 휘말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간단한 일이라면 보험으로 끝나지만 사건이 크다면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는 친구도 애인도 아닌 변호사다. 그렇다고 당장 변호사를 부르는 과정도 녹록지만은 않다. '괜히 돈만 날리는 게 아닌지, 어떤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지' 걱정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도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환자를 앞에 두고 의사와 간호사가 자신들만 알아듣는 전문용어로 대화를 나누듯 변호사들도 비슷비슷하게 들리는 법 용어를 들이대며 의뢰인을 벙어리로 만든다. 결과가 좋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누군가 웃으면 다른 누군가는 우는 법이다. 실제 법 사례를 살펴보면 그 우는 사람이 스스로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제야 잘 알아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곁에 있는 변호사를 욕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차피 그도 남이다. 

남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담은 책 ‘변호사 사용법’이 출간됐다. 저자는 12년차 현직 변호사 김향훈씨다. 저자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의뢰인이 잘 모르는 그들의 실상을 숨김 없이 이야기한다. 직접 보고 경험한 변호사의 행태와 심리, 그리고 그 속에서 법률이 작용하는 과정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저자는 “변호사에게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며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어 “의뢰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대하는 변호사의 나쁜 관행은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착한 변호사를 기대하지 말고 똑똑한 의뢰인이 되라”고 덧붙인다.

책은 ‘좋은 선택’을 강조한다. 선택은 변호사가 아닌 의뢰인의 몫이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 변호사 수는 2만명. 11년만에 무려 1만 5000여명이 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다. 의뢰인은 그들 중에서 좋은 변호사를 찾아 이용하면 된다. 책이 말하는 좋은 변호사는 의뢰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현실적으로 좋은 변호사는 의뢰인이 유죄를 피할 수 없을 때 “무죄를 받기 어려우니 형량이라도 줄이자”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의뢰인을 구하겠다고 외치는 인물은 변호사가 아닌 사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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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승소를 장담하고 재판부와 검사와의 얄팍한 인연을 포장하는 이는 피해야 할 변호사 1순위다. 법 앞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싸움은 없다. 인맥은 반드시 더 많은 돈을 대가로 요구한다. 책은 이 외에도 의뢰인의 답답한 심정을 이용해 착수금만 챙기는 변호사, 관련 없는 소송을 계속 권하는 변호사, 결과를 자신이 아닌 의뢰인과 법관의 잘못으로 돌리는 변호사 등 업계의 다양한 사례와 그 내막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독자에게 주의를 준다.

지금까지 법률 서적은 상속, 이혼, 부동산, 교통사고 등 특정 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담거나 변호사가 겪은 사건을 화려하게 풀어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독자를 위한다며 쓴 법률 상담 서적은 당장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변호사가 솔직하게 제안하는 ‘변호사 사용법’은 구체적인 법률을 다루지도, 재미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책은 당장 법적 도움이 필요한 독자를 위해 변호사이자 이웃으로서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변호사 영역에서도 소비자의 선택권과 주도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출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책을 대하는 독자의 선택권은 열려있다. ‘변호사 사용법’도 지금 서점에 널린 무수한 책 중 하나다. 좋은 책을 읽는 선택은 늘 그렇듯 독자의 몫이다.

브릿지경제 =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