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증가 없는 빈껍데기 성장은 위험하다

김종길 기자
입력일 2015-03-01 16:59 수정일 2015-03-01 17:14 발행일 2015-03-01 99면
인쇄아이콘
작년 봉급생활자 실질임금 줄고 비정규직은 실질적 '-'
지난해 봉급생활자들의 실질임금이 오히려 줄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 등 임시직 근로자의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4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근로자 전체의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 역시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소득 증가 없는 빈껍데기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시직 근로자 실질임금은 월평균 127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했다. 임시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전년보다 준 것은 2010년(-4.4%) 이후 처음이다.

임시직과 상용직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지난해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2만6000원으로 1.3% 오르는데 그쳐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2.9%, 2012년 3.1%, 2013년 2.5%로 2년째 하락했다. 상용직의 지난해 월평균 실질임금은 309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지만 2011년(-4.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근로자가구의 지난해 근로소득(명목)은 407만2000원으로 처음 400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연간 증가율은 2.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2%) 이후 가장 낮았고 2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대거 증가한 취업자 수 역시 속을 들여다보면 장년·고령 취업자와 질 낮은 일자리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신규 일자리 53만3000개 중 43만9000개(82.4%)가 50세 이상 연령층 차지였다. 이들의 임금 수준이 낮고 구직 수요가 많다는 점이 임금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지난해에 임금 근로자 중 고용 안정성이 높은 상용직이 44만3000명 늘어나 고용 증가세를 주도했지만 2012년과 2013년 감소했던 임시직도 전년보다 14만명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실질임금 증가율이 계속 실질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6년간 연도별 실질 경제성장률은 2009년 0.7%, 2010년 6.5%, 2011년 3.7%, 2012년 2.3%, 2013년 3.0%, 2014년 3.3%였다. 이 기간 중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것은 2012년 한 번뿐이었다.

실질 임금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원인은 자본이나 기업소득만큼 근로소득,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데 있다. 그래서 근로자와 가계의 소득을 올려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낮은 임금 상승률이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만큼 근로자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내수 활성화’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대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촉한 것도, 전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소득 불평등론도 유사한 맥락이다. 전 세계적 저성장의 원인이 임금 격차와 소득 불평등에 있는 것이 명확화진 만큼 더이상 임금을 ‘비용’으로 보지 말고 ‘소비의 원천’이자 ‘성장의 발판’으로 삼자는 생각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 투자가 활발해져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근로자가 기여한 생산성만큼 임금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김종길 기자 kjk543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