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증권사들… '증권=여의도' 공식 깨지나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5-02-25 18:15 수정일 2015-02-26 09:08 발행일 2015-02-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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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유안타·미래에셋 이어 대신증권도 이전 예정

“증권사라고 해서 굳이 여의도에 있을 필요는 없죠. 통신이 워낙 발달된 시대다보니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는데 여의도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증권사들이 하나 둘 여의도를 떠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여의도를 미국 맨해튼처럼 만들겠다는 포부로 증권사를 대거 포진시켰다는 얘기도 있는 등 어찌됐든 여의도는 증권산업의 텃밭으로 군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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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

그러나 이제는 그 공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업계 선두권 증권사인 삼성증권은 물론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3개사가 ‘사대문’ 안에 본사를 두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과거 동양증권과 동양현대종금이 합쳐지면서 2004년 여의도에서 을지로로 이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999년 여의도에서 시작, 2011년 센터원 빌딩에 입주해 시기적으로 가장 최근에 사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인 대신증권도 내후년 경 여의도를 떠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4월부터 현재 옛 중앙극장 터인 서울시 중구 저동1가 48번지에 912억원을 투자해 24층 규모의 금융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완공은 내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증권그룹 계열사가 입주하게 될 예정이며 현재 여의도 본사도 을지로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입주는 2017년쯤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이미 여의도 본사인 대신증권빌딩을 신영증권에 매각하고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3년 12월 800억원 규모로 신영증권에 매각했다.

물론 여의도가 가진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굵직한 유관기관이나 대형 증권사들이 여의도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금융감독원,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 등을 비롯해 NH투자·대우·현대·한국투자 등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여의도에 자리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본거지인 여의도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입지에 대한 속설을 언급한다. 최근 불안했던 국내외 증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가 작게나마 담겨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대문이 갖고 있는 ‘중심’이라는 이미지도 여의도를 떠나는 증권사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예전에 상평통보를 주조하던 터가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있는 건물이라 돈이 들어오는 좋은 기운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여의도 본사 앞에 설치된 ‘황소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명동으로 이전하면 대표하는 조각물이 변경될 예정이다.

현재 대신증권 건물 지하 1층 직원복지공간에는 눈 형상을 한 조형물 ‘아이벤치’가 설치돼 있다. 프랑스 출신 유명 여성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으로 대신증권은 이 조형물을 2013년 5월 말 사들였다. 미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벤치 거래가격은 200만달러(한화 20억원) 이상. 아이벤치는 대신증권 신사옥 앞마당에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이벤치 매입 당시 대신증권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 연봉 30% 삭감, 지점 직원과 영업 인센티브 10% 감축 등을 실시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고가 미술품을 사들여 직원들의 원성을 산 적이 있다.

당시 대신증권 노조측은 “이어룡 회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돕기 위해 사준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브릿지경제 =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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