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실적 좋아도 나빠도 ‘표정관리’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2-21 19:41 수정일 2015-02-22 09:04 발행일 2015-02-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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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실적에 상관없이 표정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노동계가 임금인상, 통상임금, 고용안정 등을 놓고 강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기업일수록 노조의 요구가 더 거셀 것으로 보인다.

대외 불안요인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작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보여야 하는 부담감과 동종업계의 견제도 부담 요인이다. 투자를 확대하고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한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서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보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제철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동종업체의 실적이 대부분 부진한 영향으로 실적개선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다.

하지만 마냥 좋아만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동종업계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 다보니 상대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좋은 것으로 부각되는 것일 뿐 매년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연간 15조원가량의 매출액과 4000억~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유지해왔을 뿐”이라며 “지금과 같이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 실적이 양호하다고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적 면에서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를 제치고 지난해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 현대제철은 표정관리에 더욱 엄격한 모습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1~3고로 체계 안정화 및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효과에 따른 것일 뿐이고, 올해는 대내외 상황을 볼 때 현상 유지도 힘들 것”이라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실적이 좋았던 기업은 부담 요인을 고려해 표정관리를 하는 차원이라 그나마 낫다.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기업들은 언론, 증권가 등 외부의 계속된 부정적 평가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낼 수 없어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최근 실적 부진과 더불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된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일부 부실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희망퇴직을 완료한 두산중공업까지 계속 부정적으로 언급돼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945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외부의 평가는 엇갈린다. 현대중공업이 대형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누적된 대규모 충당금을 작년 실적에 반영하면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게 조선해양플랜트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을 계기로 고강도 구조조정과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한편으론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의 좋은 빌미가 됐다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손실 적용시점을 조정하는 것은 분식회계이기 때문에 불가능하고, 사실이 아닌 오해일 뿐”이라며 “지난해 연간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을 뿐 실적 악화를 빌미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