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쟁국 통화 동조하는 환율정책 필요"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5-02-08 14:24 수정일 2015-02-08 14:25 발행일 2015-02-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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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가 달러·엔화 등 특정 통화뿐 아니라 주요 경쟁국 통화 전반에 대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8일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중앙은행 양적완화와 우리나라 환율정책에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ECB의 양적 완화는 주요 경쟁국의 통화 절하를 가져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는 오는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유로 수준의 자산매입을 할 계획이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를 통해 재배분 효과와 신호효과를 기대했다. ECB의 양적완화에 따라 관련 신용증권 수요가 확대돼 금리가 하락하고 미래 단기금리에 대한 기대를 낮춰 시장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디플레이션 우려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가져온 것은 유로화의 급격한 약세다. 이로 인해 비유로존 국가들은 환율안정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유로화대비 환율을 1.2스위스프랑 이상으로 유지하던 스위스는 스위스프랑의 급격한 절상을 허용했으며 덴마크도 유로화 페그제 지속을 위해 두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여기에 일본도 2% 물가목표를 위해 엔화의 추가 절하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도 경기둔화 방지를 위해 금리인하 및 위안화 절하를 유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유로화는 물론 대부분 나라의 통화가 미 달러화에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원화는 주요 경쟁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3년 5월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2014년 12월까지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한 환율수준을 나타내는 실효환율의 변화폭을 측정해본 결과 이 기간 동안 원화가 10.2% 절상돼 주요국 중 가장 절상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그는 “총수출 증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가 주요 경쟁국 통화에 비해 절상되면 우리나라 수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각국 환율의 비 동조화로 인해 특정 국가와 밀접한 경제관계를 갖는 개인이나 기업은 환위험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유로화 및 엔화 결제 비중은 각각 5.1%, 3.1%로 미미하지만 EU 수출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유로화 결제 비중이 45.8%로 절반가량에 달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유로화나 엔화가 대폭 약세를 보이게 되면 유로존이나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하는 수출기업은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