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손으로 만드는 즐거운 공동작업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2-06 09:00 수정일 2015-02-06 13:08 발행일 2015-02-06 14면
인쇄아이콘
안나 수이, 캘빈 클라인, 질 스튜어트 등과 작업한 아티스트 레나 코윈이 전하는 손맛
13명의 뉴욕 아티스트들의 독창적 기법에 국내 핸드메이더들의 감수로 한국화
가끔 느리게, 아름답게 손을 움직이며 여유와 정겨운 대화를!

빵을 만들 때 쓰는 밀대로 밀면 물방울무늬 냅킨이 된다. 다리미로 암홀과 네크라인을 그려 드레스를 완성한다. 홍차 티백으로 그럴 듯한 염색을 하고 대바늘로 겨울 양말을 뜨는가 하면 거대한 나무베틀 대신 실크스크린 틀로 천을 엮어 식탁용 매트를 만든다.

염색, 패브릭 공예, 뜨개질, 바느질 등은 더 이상 할머니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5

분주하고 빠르고 최첨단을 추구하는 시대, 일상의 한 귀퉁이라도 휴식에 쓰고 싶은 이들은 머리가 아닌 손으로 조몰락거리는 여유와 즐거움에 빠지곤 한다. 

뉴욕 브루클린의 한 작업실에서 전통적인 수공예들이 젊은 감각을 만나 재탄생한 작품기법이 담긴 책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원제 Lena Corwin’s Made by Hand)이 발간됐다.

이 책의 시작은 재밌게도 너무 넓은 작업실이다.

레나 코윈(Lena Corwin)은 안나 수이, 캘빈 클라인, 질 스튜어트, 레베카 테일러 등 유명 브랜드와 작업했던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녀는 새로 이사한 넓은 작업실을 활용할 아이디어로 다양한 핸드메이드 강좌를 떠올렸다. 이에 레나 코윈은 스스로를 포함한 13명의 강사진을 구성했다.

의상 디자이너 제니 고디, 핸드메이드 염색 및 비누 메이커 리안 티렐, 패션 디자이너 케이틀린 모시언, 손뜨개질 전문가 칼 패치, 비비안 웨스트우드·도나 카렌 등에서 일했던 의상디자이너 웬디 한슨, 금속 액세서리 디자이너 제니퍼 사킬라티, 화가이자 플로리스트이며 매장 데커레이터 자이메 루 등 13명의 면면은 화려하고 프로페셔널하다.

하지만 그들이 강의로 전달한 핸드메이드 제작 기법은 ‘맥가이버’를 연상시킬 정도로 일상적이다.

또한 아마존 리뷰 중 ‘아티스트가 아니라 초급자를 위한 책이라는 표시가 필요해’(Book Needs to State Level right on Cover i.e. NOT for artists or crafts-people, ID carol irvin)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쉽다.

그들의 재료는 빵을 만들 때 쓰는 밀대와 다리미, 홍차 티백, 자투리 천, 주방용 랩, 쿠키 틀, 골판지 등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로 염색을 하고 간단하게 베틀을 만드는가 하면 의상 패턴과 아름다운 문양 내기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곳을 찾는 수강생들은 바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일상용품들을 이용한 창작의 즐거움, 아날로그의 정겨움을 선사하는 과정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에 고스란히 담겼다.

손으로만드는즐거움_표지 평면
색다른 수공예 입문서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번역서의 한계는 한국 독자들에게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은 디오브젝트, 멜로우송, 단추수프, 양순네, 포코그란데, 은나비공방, 손솜씨, 오효영 등 잘 알려진 국내 핸드메이더들의 감수 과정을 거쳤다. 

이들을 통해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기법이나 재료 등을 걷어 내거나 대체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책은 보다 한국 독자들에 가까워졌다.

책 마지막에는 만들기 과정에 쓰였던 기본 패턴과 문양들, 종이 베틀 킵 등이 수록돼 있다. 더불어 바느질, 뜨개질 등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기본 기법과 8인의 감수자들이 소개한 도구 및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국내 비밀명소들이 알차게 들어차 있다.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은 골판지로 만든 손바닥만한 종이 베틀로 감각적인 카메라 스트랩을, 아이의 생일 초와 비누를, 염색과 바느질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들고 싶은 이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휴식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2014년 베스트 도서(Best Books of 2014)에 선정된 책과 책 속에 등장하는 뉴욕 브루클린의 13명의 아티스트들은 가끔은 느리게 혹은 아름답게 ‘손맛’을 즐겨도 좋다고 속삭인다. 한빛라이프, 1만58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