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위장' 대기업의 입찰 도둑질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1-27 16:55 수정일 2015-01-27 17:57 발행일 2015-01-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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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상 공공 조달시장서 1000억 가로챈 대기업 26곳 적발
국내 대기업 중 26개사가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공공 조달시장에서 2년간 중소기업의 몫을 1000억원 넘게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 조달시장은 중소기업 고유 영역으로 대기업·중견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돼 있다.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은 27일 “중소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중인 3만92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조사를 벌인 결과 (주)삼표, (주)다우데이타, 팅크웨어(주), 유진기업(주), (주)한글과컴퓨터 등 19개 기업이 설립한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한 가방, 책상, 의자 등 207개 제품으로, 입찰시 중견기업 및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고 중소기업간 경쟁에 의해 낙찰자를 선정토록 하고 있다.

위장 중소기업이 지난 2년간 공공 입찰시장에서 따낸 금액은 1014억원이다. 중견기업인 (주)케이씨씨홀딩스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20억원 미만의 사업에 입찰 참여가 금지되자 위장 중소기업인 (주)시스원을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주)시스원은 2년간 476억원을 공공 조달시장에 납품해 가장 많은 납품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주)삼표 252억원, 유진기업(주) 89억원, 쌍용양회공업(주) 60억원, (주)다우데이타 56억원, (주)고려노벨화약 50억원 등이 중소기업의 몫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 사례를 보면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최대 출자자로서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사례가 8건으로 31%를 차지했다. 이 외에 납입자본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중견기업 및 대기업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 사례와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대표 또는 임원이 중소기업의 대표 및 임원을 겸임하는 사례가 많았다.

(주)삼표는 삼표그룹 회장의 친족이 위장 중소기업 지분의 최대 출자자가 되는 형태로 5개의 위장 중소기업을 통해 공공 조달 시장에 참여했다. 유진기업(주), 팅크웨어(주), (주)다우데이타는 각각 2개의 위장 중소기업을 거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소프트웨어(SW)업종의 위장 중소기업이 35%(26개 중 9개)를 차지했다. 이는 20억원 미만의 소프트웨어 관련 입찰에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참여가 금지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실태조사에서는 36개 기업 중 30개인 83%가 레미콘 업종에 집중됐었다.

중기청은 이번에 적발된 위장 중소기업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공공 조달시장에서 즉각 퇴출시키는 한편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