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심장을 쏴라' 원작자 정유정, 끓어오르는 글쓰기 욕망이 벼랑 끝에 세웠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1-28 09:00 수정일 2015-01-28 09:41 발행일 2015-01-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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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등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말하는 작가의 삶 </br>평범한 직장인에서 작가로, 결코 쉽지 않았던 작가의 길</br> 여진구, 이민기 주연의 영화 '내 심장을 쏴라' 28일 개봉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35살이 되던 2001년이었다. 그리고 무려 11번이나 공모전에서 낙방했다. 작가로 새 삶을 얻은 것은 6년이 지나 41세가 되던 해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가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면서 ‘작가’ 정유정은 비로소 벼랑 끝에서 기어 올라올 수 있었다. 그 후 정유정은 설욕전이라도 치르듯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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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 작가 정유정은 남들보다 늦은 35살에 글을 쓰기 시작해 41살이 돼서야 비로소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오는 28일에는 그의 대표작이자 힘들었던 자신의 청춘 시절을 위로하는 자전소설 ‘내 심장을 쏴라’가 영화로 개봉한다.

28일에는 그의 작품 중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내 심장을 쏴라’가 영화로 개봉한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동갑내기 두 청춘이 세상과 맞서기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수명과 승민역에는 배우 여진구와 이민기가 캐스팅됐다. 영화가 언론에 첫 공개된 다음날인 22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한때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정유정 작가를 만났다.

자신의 글을 영상으로 만난 소감을 묻자 그는 “원작은 대중적인 소설이 아니다”라며 “전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하면서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잘 다듬어진 느낌”이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작가가 되기 전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9년을 일했어요. 사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지만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는 단번에 그만뒀어요.아예 퇴로를 차단했죠.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나 자신을 벼랑 끝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라는 각오가 있어야 해요.”

‘내 심장을 쏴라’는 꿈을 박탈당하는 청춘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암울했던 20대를 지나 작가가 되기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정유정 작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야기다.

“소설의 메시지는 명확해요. ‘현실이 힘들어도 두려워하지 마라.’ 저 역시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집안의 가장이 돼 동생을 돌봐야 했던 20대는 말 그대로 버티는 삶이었어요. 그때 어깨를 두드려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와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는 청춘에게 힘이 되고자 이 소설을 쓰게 됐죠.”

정유정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감이다.

섬세하게 묘사된 소설 속 한 장면이 때로는 한 페이지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길지만 지루함 없이 읽히는 상황 묘사는 독자의 머릿속에 생생한 그림을 그려넣는다. ‘7년의 밤’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28’ 판권도 오래 전에 팔렸다.

“작품이 영화화되는 것을 염두하고 글을 쓰진 않아요. 보통 장편 소설 한편을 쓰는 데는 2년이 걸려요. 글 쓰는 것 하나만으로도 벅차죠. 다만 독자의 머릿속에 장면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요. ‘여기 시체가 있다’고 간단히 쓰기보다는 시체의 감촉, 냄새, 온도 등을 상세히 묘사해 시체를 독자에게 안겨주고 싶어요.”

작가로서 정유정의 목표는 늘 피가 끓고 심장이 뛰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담담한 에세이보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 같은 소설이라도 그 속에 담긴 소재와 스타일은 매번 다르다.

“싫증을 잘 느끼는 성격이에요. 한번 가본 길은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소설을 쓸 때마다 제가 못해 본 것을 과제로 부여하죠. 그런 과제가 있어야만 오기를 가지고 도전하거든요. ‘7년의 밤’을 끝냈을 때는 ‘옴니버스 형식의 글을 쓰자’는 과제를 부여했고 그 후 ‘28’이 탄생했어요. 그 다음 부여한 과제는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바닥의 끝의 보자’는 거였어요. 지금 집필 중인 ‘종의 기원(가제)’이 그렇죠.”

정유정 작가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욕망’이다. 그는 자신처럼 뒤늦게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 하는 조언에서도 이 단어를 빼놓지 않는다.

“우선 ‘작가가 되고 싶은지, 글을 쓰고 싶은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작가는 직업에 관한 질문이고 글쓰기는 욕망에 관한 것이거든요. 바로 이 ‘욕망’에 예스가 나와야 해요. 반대로 직업에 예스가 나오면 실패를 견디기 힘들어져요. 실패를 견디고 끝까지 덤벼들 수 있는 동력은 뜨거운 욕망에서 나오죠.”

사진·글=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