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인천에 ‘특수강’ 생산거점 마련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1-13 16:31 수정일 2015-01-13 18:51 발행일 2015-01-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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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충남 당진, 경북 포항에 이어 인천에도 특수강 생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현재 일반 봉형강과 주·단강을 주로 생산하는 인천공장의 설비 일부를 특수강 생산용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인천공장의 주단강 압연 설비를 전환하거나 전기로 1기 가동을 조정한 후 봉형강 압연라인 일부를 특수강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제철 납품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봉형강 시황 악화로 판매가 감소하니 차라리 봉형강 생산 설비 일부를 특수강 생산용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포항공장의 설비 가동을 중단키로 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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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특수강 분야 경쟁력 강화가 이미 현대기아차그룹 차원의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특수강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경기 인천 지역에 산재해 있는 만큼 이 지역에 생산 거점 마련은 당연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특수강은 일반강에 니켈, 크롬, 몰리브덴 등을 첨가해 자동차, 기계 부품 등 각각의 용도에 맞게끔 특성을 조정한 철강재를 말한다.

국내 다수의 철강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당진에 연산 100만t 규모의 특수강 공장이 들어서는 상황에서 포항에만 특수강 압연설비가 집중되고 수도권에는 압연라인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 철강 담당 애널리스트는 “추가로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에 주주의 곱지 않은 시선과 특수강 공급과잉 논란 등으로 인해 부담스럽겠지만 인천 주단강 공장의 설비를 특수강 압연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검토할 만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당진에 100만t 규모의 특수강 상공정 설비가 건설 중인 가운데 하공정(압연라인) 설비는 포항에 집중돼 있다. 특수강을 가공해 자동차용 볼트·너트 등을 제작하는 파스너(Fastener)업체가 50% 이상 밀집해 있는 경기·인천 지역에는 특수강 생산공장이 없다.

현대·기아차에 볼트를 납품하는 업체 중 1위인 태양금속공업(안산)을 비롯해 자동차용 너트를 공급하는 풍강(화성), 볼트·스크류 등을 공급하는 영신금속공업(평택) 등의 대형 파스너업체들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현대·기아차가 품질을 인정한 특수강을 원자재로 사용해 가공 후 제작·납품하고 있다. 물류 측면에서 인천공장의 설비 일부를 특수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연구소는 이미 당진제철소 건설 단계에서부터 현대기아차그룹 연구소와 공동으로 자동차용 특수강 개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특수강이 차량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원자재라는 점에서 현대제철이 추진 중인 특수강사업의 성공 여부는 현대기아차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현안이다.

현대제철이 특수강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다. 현대제철연구소는 지난 2012년 크랭크샤프트용 특수강에 이어 지난해 후륜 토션빔(균형조절장치)용 열처리 경화강 양산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말 3000억원을 투자해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후 특수강 및 선재 생산을 위한 가공설비를 증설 중이다. 특히 올해말 가동을 목표로 당진공장에 연산 100만t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연산 50만t인 특수강 생산량을 올해말 150만t으로 확대해 국내외 자동차, 정밀기계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로선 특수강업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만큼 특수강사업에 전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제철도 추가 투자를 발표하기에는 부담스런 측면이 크다. 계속된 대규모 투자로 주주배당이 적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높고, 현대제철의 특수강공장 투자로 포화상태에 달한 특수강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당진 특수강공장 건설을 발표했을 당시 세아베스틸, 진양공업 등 국내 특수강업계는 공급과잉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현대제철 측은 “가동을 중단키로 밝힌 포항공장 설비는 가동과 비가동을 반복하고 있고, 아직 특수강 생산용으로 설비를 전환하지는 않았다”며 “인천 공장의 설비가동을 일부 중단해 특수강 생산용으로 전환할지에 대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고위 관계자는 “당진과 포항에 특수강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천에 투자한다면 중복 투자”라며 “검토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