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단맛 본 중국 진출 기업, 현지화 전략 강화한다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5-01-08 17:58 수정일 2015-01-08 18:41 발행일 2015-01-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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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중국법인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바싹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들로부터 기술 우위를 지켜내야 하고 한편으로는 시장을 더 키워 실적으로 내야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거대 시장을 놓칠 수 없다며 영업망을 재편하고 제품 전략을 강화하는 등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8일 금융정보원 분기연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들 중국법인 상당수가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삼성전자 중국 판매법인(SCIC)은 샤오미 등 중국 현지 업체의 빠른 성장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2014년 1~3분기 SCIC 매출액은 13조4114억원, 영업손실액은 5761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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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매출은 30%가 떨어지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는 프리미엄 제품 및 현지 맞춤형 제품 전략을 통해 실적 개선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저가 중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며 “특히 올해는 고급형 TV, 태블릿PC 등 프리미엄 제품과 중국 현지 맞춤형 제품을 통해 실적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중국법인(LGECH)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1조1000억원에 영업이익 21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도 매출액 1조470억에 영업이익 34억원에 그쳤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한 프리미엄 제품 전략으로 상황을 극복한다는 생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워낙에 저가 제품이 많다보니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의 경우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호황기였던 2010년 전후에 비해서는 여전히 반 토막 수준이다. 때문에 크게 사업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영업망을 개선해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직전 성수기 때에 비하면 실적이 여전히 반토막 수준인데 중국 시장 자체가 침체돼 있고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장이 크게 출렁이다 보니 대응하기 힘들다”면서도 “현재는 영업망을 재편하고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다시 올 호황기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중국에서의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포스코차이나홀딩스는 지난해 1~3분기 중 영업손실 219억, 포스코광동자동차강판(고급 자동차강판 생산)은 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며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운 기업도 있다. 현대기아차 중국 합작법인(BHMC)은 지난해 1~3분기에 매출액 14조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기간 중국 쓰촨과의 합작법인인 쓰촨현대(CHMC)는 매출액 2700억원을, 현대차그룹의 중국 투자사인 현대자동차그룹차이나(HMGC)는 1조2000억 매출에 46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자동차부품 제조 및 판매법인 현대위아기차발동기산동유한공사(WAE)는 매출액 1조2000억원에 영업이익 97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10.3% 증가한 184만대를 기록했다. 또한 허베이성과 충칭시에 공장을 지어 연간 생산 규모를 60만대 추가할 계획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른 기업들이 중국 신흥 기업에 밀려 고전하고 있을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거대 중국 시장에서 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꾸준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현지 전략 모델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중국시장에서의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전체적으로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 중국법인(SKHYCL)은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올해 고객 중심 전략을 세웠다”며 “단순히 메모리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고객의 사용 환경을 파악해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확인 후 맞춤형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