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멘트업계, 판도는 M&A가 좌우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5-01-08 15:52 수정일 2015-01-08 16:03 발행일 2015-01-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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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 공장 모습.(사진제공=쌍용양회)

지난해 시멘트업계가 M&A(인수·합병)를 통해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국내 업계 1, 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가 매물로 나와 두 회사를 인수할 경우 공룡 회사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추진될 예정이던 매물들이 해를 넘기면서 시멘트업계 재편은 다시 올해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현재 새 주인 찾기에 나선 M&A 피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업체들은 국내 1위 쌍용양회, 2위 동양시멘트, 6위 현대시멘트 등 3곳이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2.2%, 12.5%, 10%다. 비시멘트업체가 1, 2위 두 회사를 동시에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4%를 넘어서 단번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시멘트 업체가 인수할 경우에는 한 회사만 인수해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수년째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쌍용양회는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액 1조4586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28.9% 증가했다. 시멘트 원재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값이 떨어지고, 시멘트 가격이 지난해 7월부터 1400원 오른 게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업계 1위라는 타이틀과 실적 추이가 좋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쌍용양회가 매물로 나올 경우 매각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채권단이 내놓은 지분(46.83%)이 경영권 방어에 필수적인 50%를 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매각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단 지분을 모두 인수하더라도 쌍용양회의 최대 주주인 태평양시멘트(일본 시멘트업체)가 32.36%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동양시멘트의 경우 ㈜동양과 함께 묶어 패키지로 매각될 예정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윤준 수석부장판사)는 ㈜동양과 동양시멘트를 패키지로 묶어 1분기 내 매각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치고 매각 공고를 내기로 결정했다. ㈜동양은 영업이익이 많지 않은 데 반해 동양 시멘트는 유연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증가할 여지가 있고, 두 회사를 묶으면 시멘트 생산부터 레미콘에 이르는 사업상 수식 계열화도 이룰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인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시멘트는 2014년 12월 31일까지로 잡혀있는 워크아웃 기간을 오는 2016년 12월 31일까지로 2년 연장했다. 채권단과 논의한 결과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을 졸업하기에는 아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수 후보로는 국내 시멘트 업체들 중에서는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유진·삼표 등 레미콘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아세아 등 국내 업체들이 쌍용양회나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과점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통폐합을 통한 과점화가 진행될 경우 시멘트 가격 인상을 통한 중장기 실적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삼표, 유진 등 레미콘 업체가 매물로 나온 시멘트 업체를 인수할 경우 생길 업계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염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레미콘 업체들이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맞다”며 “매각가와 매각 이후의 사항들을 고려해 인수할 여력이 되는 회사가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 가격도 시멘트업계 지각변동의 변수다. 현재 쌍용양회가 6000억원대, 동양시멘트가 8000~9000억원 대로 예상 매각가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 업체가 자력으로 인수를 추진하기에는 버거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업체들의 경우 현금 동원 능력이 높은 사모 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1)의 힘을 빌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M&A는 올 한 해 시멘트업계의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가시적인 판도 변화가 예측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예의주시하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