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책 유통…나만을 위한 출판사는 성공 못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4-12-23 11:18 수정일 2014-12-23 16:57 발행일 2014-12-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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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인 출판사 황금두뇌 대표 강만수
강만수 대표
영업맨, 백수, 입시학원 기획실장이면서 한 번도 시인 아닌 적 없던 황금두뇌의 강만수 대표.(사진=허미선 기자)

가축의 사료 원자재를 사고 파는 ‘영업맨’ 강만수(사진)로 한우물을 팠다. 그러다 영업맨을 그만두면서 8년차 백수였고 10개월 짜리 헌책방 주인이었으며 기숙입시학원 기획실장이기도 했다.

1992년 ‘현대시’로 등단하고 1993년 첫 시집 ‘가난한 천사’를 출간한 황금두뇌의 강만수 대표는 그런 중에도 시인이 아닌 적이 없었다.

“기숙학교에는 한평짜리 방에서 지냈는데 뒷산에는 20여개의 무덤이 있었어요. 창문을 열면 괴기스럽고 비가 오면 으스스했죠. 그 방에서 하루 600쪽 이상의 책을 읽고 10시간 이상 시를 썼어요. 봄이면 꽃에 파묻혀 살았고 겨울엔 파르스름한 서정을 온몸으로 느꼈죠.”

‘현대문학’, ‘문예중앙’ 등에 발표한 ‘말 없는 집’, ‘앵두나무 집’ 등 괴기스러운 시들 대부분이 당시 작품들이다. 그러다 1인 출판사를 창업한 건 1999년의 일이다.

“출판사 창업 전에 뿌리 출판사에서 만든 잡지사 주간으로 일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잡지사 주간으로 일하면서 도매점, 전국 소매점을 돌면서 서점유통을 체험했어요.”

매달 천안, 전주, 대전을 시작으로 익산, 광주, 순천, 목포, 여수 등 호남을 거쳐 마산, 창원, 부산, 울산, 포항, 대구, 구미 등에 들렀다 서울까지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이동거리 2500~3000km, 매일 10시간씩 운전을 해야 했다. 그렇게 전국을 돌면서 유통을 배웠고 출판사 창업을 준비했다.

“주어진 일은 뭐든 다 했어요. 저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이 있고 그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거든요. 백수시절에도 안해 본 일이 없었어요. 시를 쓰고 기고를 하면서 공사판을 전전했어요. 연필을 잡을 때나 시인이었죠.”

강만수 대표에게 지상과제는 언제나 ‘먹고 사는 일’이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130여권의 책을 출간하고 15년째 가족의 생계와 출판사의 명맥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1인 출판사 어려워요. 혼자서 전국 영업장을 돌고 편집에 기획에…. 생계가 걸린 문제였거든요.”

그 역시 자신의 시집을 황금두뇌에서 출간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의 일이다. 열심히 시를 썼지만 1993년 출간된 첫 시집이 함량미달이라는 자책과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스스로의 시집에 자신이 생겼을 때야 강만수 대표는 황금두뇌에서 시집을 내기 시작했다. 그 첫 시집이 ‘무연사회’다. 다른 이들의 책 130여권을 출간하고서야 비로소 스스로가 출판사 ‘황금두뇌’의 저자가 될 것을 허락했다.

출판시장은 점점 안 좋아지고 사람들은 책을 멀리한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강만수 대표가 엄중하게 조언한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서 하는 창업이라면 절대 하지 마세요. 좋은 책을 많은 이들에게 읽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스스로에게 냉정해진 강만수 대표는 올해만도 ‘앤디 워홀 시 365’, ‘아름다운 지느러미’ 등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Tip>> 황금두뇌 강만수 대표의 1인 출판사 성공 비법

1. 야무진 기획 도서 10권을 미리 준비하라

“자신의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창업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한두 권 출간한 출판사를 상대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팔릴만한 기획도서 10권을 구비한 후에 시작해도 자리 잡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제 시작이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2. 출판 영업망은 3개월 전에 준비해야 한다

“초판 2000권을 도소매상에 뿌릴 수 있는 영업망을 갖춰야만 한다. 좋은 책을 내도 안팔리면 아무 소용없다. 판로를 구축하기 어렵다면 이미 판매망이 구축된 기존 출판사를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황금두뇌는 안산미디어를 인수해 명의 변경한 출판사다. 영업망이 살아있으니 매달 200~300만원씩 수금돼 임대료와 활동비, 생활비 등을 충당하며 초기 위험부담을 최소화했다.”

3. 출판사 창업 전에 체득하라

“출판사 창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편집자든 영업자든 출판사 업무를 3, 4년 정도 체득하지 않으면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배워야하기 때문에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남의 집 살이를 통해 노하우를 체득하며 내 사람을 만드는 등 용의주도하게 준비해야 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