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 온다던 해외기업 상장 '0건'

이길상 기자
입력일 2014-12-18 14:07 수정일 2014-12-18 18:07 발행일 2014-12-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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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증시 진출 유력 4개사 "내년에나…"
해외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이 올해 사실상 무산됐다. 올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유력시됐던 해외기업들이 내년으로 상장 추진을 미루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해외기업 수는 2009년 6개, 2010년 7개였지만 2011년과 2012년 각 2개, 2013년 1개로 줄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해외기업이 줄어들 것은 2011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고섬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고섬은 상장 2개월 만에 분식회계 은폐로 거래 정지된 후 지난해 10월 상장폐지돼 수많은 투자피해자를 양산했다.

이후 거래소와 증권사들은 해외기업 유치를 다시 준비했고, 순조로운 진행 속에 올 하반기 헝셩그룹과 해천약업(이상 중국), 콘텐트미디어(영국), 필리핀BXT(필리핀) 등 4개사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이 중 적어도 1~2개사는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상황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중국 현지 회계감사가 강화되면서 가장 먼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헝셩그룹과 해천약업이 일정을 차일피일 미룬 것. 지난 9월 독일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울트라소닉의 최고경영자(CE0)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공금 횡령과 함께 잠적한 사건의 영향이다.

특히 지난 9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측된 헝셩그룹은 10월, 11월로 계속 미루더니 연내 상장예비심사신청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해천약업과 콘텐트미디어는 올해 실적을 보고 내년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고, 필리핀BXT는 주관사를 다시 선정해 일정이 늦춰졌다.

이처럼 해외기업의 상장이 늦춰지면서 투자은행(IB)업계는 상장 추진을 서두르기 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은 회계감사를 세심하게 해 상장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며 “억지로 빨리 하려고 하기 보다는 올해 결산 등을 보고 정확하게 판단해 상장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역시 조바심을 내기 보다는 깐깐한 점검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소 1~2개사는 연내 상장을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하지만 이렇게 철저한 심사는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좋을거다. 내년 해외기업 상장이 늘어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길상 기자 cupp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