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가을훈련 실패…애들 어찌 변할지 궁금"

연합뉴스 기자
입력일 2014-12-10 11:02 수정일 2014-12-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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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신임감독, 마무리캠프 소회 "깊이 진단할 계기 됐다…기대에 부담도 느껴"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야신' 김성근(72) 감독의 행보는 올해 겨울 프로야구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다.
10월 25일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후, 코치진 인선과 마무리캠프에서의 강도 높은 훈련, 구단의 대대적인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행보는 연일 화젯거리였다.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돌아와 각종 행사와 강연 등으로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온 김 감독은 9일 연합뉴스와 만나 첫 훈련을 통해 '깊이 들여다본' 한화의 현재와 앞으로 고민을 솔직하게 밝혔다. 
김 감독은 한 달에 걸친 마무리훈련에 대해 직설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팀을 깊이 들여다보고 진단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비활동기간에 훈련의 흐름이 끊어진 점에 대한 아쉬움과 팬들의 높은 기대로 인한 부담감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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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한화이글스 도약 이끌어갈 김성근 감독&nbsp;
-- 취임 직후 한화에 대해 "아직 깊이 보지 않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무리훈련도 마쳤고, 이제는 어느 정도 깊이 들여다봤을 것 같다. 
▲ 볼수록 고민이 많아진다. 이런 부분도 있었구나, 실망스럽다면 조금 이상한 말이지만 놀라는 부분이 많다. 괜찮다고 할 부분보다 놀라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 하던 방법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 속에 요즘 빠져 있다.
-- 놀라는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 전체적으로 그렇다. 타선도, 내·외야 수비도, 투수도 그렇다. 윤곽이란 게 나오지 않으니 '이를 어쩌지' 싶다. 오늘도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두세 시간 고민하다 나왔다. 원칙대로면 연습하며 풀어가야 하는데, 연습 시간이 적어서 어떤 방법으로 가야 하나 걱정이다.
-- 약팀을 많이 맡았지만, 3년 연속 최하위를 한 경우는 흔치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전력이 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건가. 
▲ 약하고 강하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훈련에 공백이 있다는 점이 생각을 많아지게 만든다. 연습 속에 빠져 있다면 뭔가 만들 시기가 있을 텐데, 만들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는)선수협회의 결정이니 존중한다. 다만, 조금 여유를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은 있다. 결정된 사항이니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따라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선수와 감독, KBO가 모여 토론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 마무리훈련에서 강도 높은 훈련으로 화제가 됐다.
▲ 누구나 인간은 변하고 싶어하고, 변화함으로써 어떤 결과를 내길 원할 것이다. 이번 캠프는 팀도, 선수도, 스태프도 모두 새로운 각오 속에서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 하는 변화가 필요했다고 본다. 내가 부임하기 전 5년간 4번 꼴찌 한 팀이다. 의식의 변화가 가장 필요했다.
-- 의식의 변화를 위해 매일 선수들에게 강의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긍정적인 의식으로 향해 가느냐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고 당연한 일을 철저히 할 수 있으면 어떤 승부에서도 이길 수 있다. 당연하다는 것은 정말 범위가 넓다.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은 모두 당연하다. 야구로 치자면 번트를 확실히 대 주는 것,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별하는 것,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 등이 당연한 일이다. 이걸 철저히 못 하니 경기에서 지는 것이다. 이를 철저히 하면 이길 수 있다. 이건 의식으로 개조할 수 있다. 재능으로 야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당연한 일을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다. 여기가 승부처라고 본다. 
-- 긍정적인 의식이란 것은 어떤 것인가. 
▲ '나는 할 수 있다.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이다. 정신적인 부분이다. 똑같은 문제라도 '이건 안되겠는데'와 '어, 이것만 가지고도 할 수 있구나'의 차이를 만드는 의식이다. 우리가 가진 힘이 70이라고 한다면 '70만 가지고 있어서 안된다'는 생각에 빠져있던 게 과거의 우리 팀이었던 것 같다. 70을 가지고도 이길 수 있다는 의식을 각자가 갖는다면 팀이 강해질 것이라고 본다.  
-- 성적에 대해서 부담이나 걱정 등을 많이 느낄 것 같다.
▲ 감독을 할 때마다 매년 새해를 맞으면 고민에 빠지고 부담스럽다. 다만, 예전의 부담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은 자신보다는 워낙 팬의 기대가 크다는 부담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중, 삼중으로 부담이 더해진다.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안들텐데, 훈련 공백기가 있어 여유가 생기니 사람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또 한가지는 부상자가 많아 압박감이 크다. 과연 이 선수들이 시즌 개막까지 뛸 상태가 될지 걱정이다. 그에 따라 팀의 운명이 좌우되지 않나. 예전에 있던 다른 팀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 같다.
-- 실제로 과거 부임했던 2006년 SK 등과 비교해 보면 부상자도 많고 선수층도 얇아 보인다. 
▲ SK에 부임했을 때는 운이 좋았다. 성장하려는 과정에 있던 중간 선수들이 많았다. 이 선수들이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한화는 정상급과 아래 선수들의 차이가 크다. 중간이 적다. 그나마 중간급에 있는 선수 중에는 부상자가 많다. 그런 점에서 SK와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 그래도 팬들은 SK에서 최정을 발굴헀던 것처럼 유망주를 키워주길 바랄 것이다.
▲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많다. 김회성이랄지, 강경학도 있다. 외야수도 한두 명 좋은 아이들이 있다.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 몇몇 있다. 그런데 기본적인 체력이,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것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가 한화에 와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 훈련량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뜻인가. 
▲ 따라오지 못한다는 데는 체력적인 부분과 의식적인 부분, 신념 등이 모두 있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랄까, 자세는 보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이를 얼마나 끌고 가느냐를, 봄에 캠프를 어떤 방향으로 치를지를 고민 중이다. 
-- 캠프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 한화에 와서 계약 4일 만에 캠프에 가는 바람에 팀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가을 훈련을 시작한 것 같다. 선수 미팅에서 분명히 이야기했다. 가을 캠프는 실패라고. 실패인데, 이 실패에서 나올 것은 다 나온 만큼 오히려 플러스가 됐다고 했다. 껍데기만 본 것이 아니라 이 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도 실패 속에서 느낀 것이 있을 것이며, 그것이 내년 봄에 어마어마한 재산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1월 가을 캠프에서 당초 목표는 50%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머지 50%에서 '아, 이 팀이 이랬구나'하고 느낀 게 많았다. 한 달 반 정도 늦게 느낀 것이다. 요새 기록 등 데이터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래서 그랬구나' 싶고 이유를 알겠다. 확실한 원인을 알겠다. 진단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 캠프가 실패라는 평가를 선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 캠프는 내가 실패한 것이다. 나는 지금껏 캠프에서 실패해본 적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이 실패에서 나는 얻은 것이 많다. 그냥 흘러갔다면 깊이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껍데기만 보고 흘러갔을 수 있다. 이제 어디에서 어떤 방향으로 고쳐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 화제를 모을 만큼 강훈련을 이어갔는데 실패라고 단언한 것이 의외다.
▲ 실패라는 말의 뜻은 이렇다. 우선 부상자가 너무 많았다. 캠프에서 연습할 선수와 재활할 선수가 첫날부터 나뉘어 버렸다. 전체가 "자, 스타트"를 하지 못한 것부터가 실패다. 각 포지션에 주전 선수가 없었다. 2군, 3군 선수들을 데리고 했다. 이것은 실패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갔다는 것부터 내가 잘못한 것이다. 과정에서도 회복이 늦더라. 긴 재활이 필요한 선수들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걱정도 많다. 1∼2군의 격차가 컸는데, 그런 점에서 2∼3군 선수들이 올라왔다는 점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기존 주전들이 제자리걸음하거나 후퇴했다는 점은 실패다. 그런 뜻이다. 
-- 선수들의 체중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 살이 찐다고 무조건 장타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배트의 헤드 스피드가 빨라야 장타가 나온다. 당장 우리도 체중이 2∼3㎏ 찌면 조절하려 할 텐데, 프로 선수가 100㎏ 넘도록 가만히 있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캠프에 온 선수들의 체중을 보고 목표 체중을 정해줬다. 80% 정도는 빼라고 했고, 20% 정도는 찌우라고 했다.
-- FA로 투수 세 명이 오는 등 전력 보강이 있었다.
▲ 겉에서 보기엔 좋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위치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수가 살기도, 죽기도 한다.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과거의 실적은 중요하지 않다. 밖에서는 저 선수들이 왔으니 4강이다, 우승이다 이야기한다. 기대해주는 것은 좋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5선발을 누구로 설정할지 등,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선수는 선발이 될지, 저 선수는 마무리가 될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떠오르지 않는다. 윤곽이 나오지 않는다.
-- 여전히 구체적인 시즌 구상은 어려운 것인지. 
▲ 어느 조직이나 가진 역량이 있다. 그것에 따라 내가 바꿔가야 한다. 지금은 백지상태나 마찬가지다. 날짜를 1월 15일부터 개막까지 세어보니 70일 가까이 있더라. 이 안에 뭘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내가 할 일이다. 
-- 70일 정도의 기간이라면, 어느 정도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 짧다. 한국은 가을 캠프를 마무리훈련이라고 부른다. 마무리가 아니다. 가을은 봄에 탄생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봄에 열매를 얻기 위해서인데 이를 마무리라고 부르면 열매는 열리지 않는다. 겨울에 매화가 영하의 추위 속에서 버티고 봄에 꽃을 피운다. 그런데 이 시기가 없어진 것이다. 이 시기가 두 달 가까이 없다는 것이 엄청나게 큰 계산 착오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크다. 그런 압박감도 크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