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선 권력암투설 국민들은 절망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14-11-30 16:00 수정일 2014-11-30 16:24 발행일 2014-12-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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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무대가 되었던 후한 말 영제(156~189)때 조정을 장악하고 국정을 농단하다 끝내 제국을 멸망시킨 환관 10여명을 지칭하는 십상시(十常侍)란 단어가 정국 폭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을 포함한 10여명이 매달 정례모임을 갖고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부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비선라인 권력암투설로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증권사 찌라시 수준의 확인할 수 없는 정보라고 애써 해명하며 해당 언론사를 고소하는 한편 문건 작성에 관련한 인사들이 줄줄이 떠난 데 대한 의혹제기에도 청와대는 '통상적인 인사'란 입장을 펴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도 정윤회 문건에 대해 '완전한 소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씨가 올해 들어 갑자기 잦은 구설에 휘말리고 있어 막후 활동이 의심되므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야당은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비선 실세들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존재했다. 하지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세들의 말로는 모두 초라했다. 문민정부 김영삼 정권에서는 '소통령'이라 불리던 아들 김현철 씨,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권에서도 '홍삼트리오'로 일컬어지는 홍일 홍업 홍걸씨 아들 3인방이 권력형 비리로 구속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어서 참여정부 노무현 정권에서도 '봉하대군'이라 불린 형 건평씨, 이명박 실용정부에서도 '만사형통'이라 일컬어지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국정 전반에 개입하는 비리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언제나 권력에 기생하는 모든 권력암투는 결국 정권의 도덕성을 훼손하며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의 유출로 십상시·만만회·7인회 등 청와대 비선조직의 이름이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서고 그들의 권력암투 일단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또다시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제기된 모든 의혹에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기를 바란다. '손바닥으론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격언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