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페이스북, 이젠 사무실까지 침범하나

엠마 바넷 영국 저널리스트
입력일 2014-11-19 16:00 수정일 2014-11-19 16:00 발행일 2014-11-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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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바넷 영국 저널리스트

2005년 페이스북(Facebook)이라는 사이트에 처음 가입했다. 줄여서 ‘페북’이다. 어쨌든 대학 동기들 덕분에 이 미스터리한 사이트를 처음 접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고부터였나, 일상을 담은 사진을 매일 올리기 시작했다. 페북은 학업으로 지친 일상을 달래줬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한번에 날릴 수 있는 탈출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페북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생활을 완전히 바꿨다. 

그러던 페북이 이제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페이스북 직장인 판(Facebook at Work)’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직장 동료들과 대화도 나누고 직업상 연줄도 연결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정보와 업무상 정보를 나눠 보관할 수 있는 체계가 잡힌다지만 예상되는 문제들은 뻔하다.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업무 효율을 오히려 낮추는 꼴이 될 수 있기에 누구를 위한 확장인지 알 수 없다. 업무 도중 사적인 이메일을 확인한다거나 인터넷 가십 등을 확인하는데 시간을 보낼 일이 많아질 것이다.

제일 두려운 것은 기업 간 기밀 정보와 대화내용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다. 과거, 앱(App)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상에 제3자가 개입해 앱에 가입한 사람들의 정보를 노렸었다. 사건이 터진 후 개인정보보호 업체들은 절반이 넘는 앱들이 사용자 정보를 페북에 대신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한다고 지적했었다. 게임을 즐길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페북 친구들이 전부 게임에 등록돼있거나 내가 듣던 음악 리스트가 저절로 페북에 공유되는 일도 있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맥을 관리할 수 있는 ‘링크트인’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웃룩 이메일 서비스가 이미 많은 직장인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로 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구글 개인용 서비스도 있다.

두가지 의문이 든다. 페북이 왜 콕 집어 ‘사무실’을 선택해 파고들려 하는지와 이를 과연 직장인들이 원하는지다. 페이스북 설립자 서른살의 마크 저커버그는 인간에게 두 가지 페르소나가 있다고 정의했다. 감정보다는 일을 우선시하며 정신 없이 일에 집중하는 실체와 집에 돌아와 가족과 사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실체다. 그의 말이 맞다. 그러나 우리에겐 한 가지 규칙이 있지 않은가? 두 가지를 절대 섞지 말 것.

엠마 바넷 영국 저널리스트

정리=김효진 기자

※ 영국 저널리스트 엠마 바넷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직장인 판(Facebook at Work)’이 개발된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하며 기고한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