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허한 복지공약, 구호 바꾼다고 될 일인가

사설 기자
입력일 2014-11-19 16:00 수정일 2014-11-19 16:28 발행일 2014-11-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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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등에 페인트칠 한다고 얼룩말이 되는 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지원’ 구호를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에서 ‘신혼부부에게 저렴한 공공주택을’로 바꾼다고 해서 ‘선심 공약’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야당 고위 관계자는 18일 “공짜로 집을 주는 게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신혼부부를 지원하자는 것인데 ‘집 한 채’라는 말 때문에 논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며 “제대로 알릴 구호로 바꾸겠다”고 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름 잘못 지었다고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며 “집 한 채를 공짜로 주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국토교통부는 국회에 제출한 ‘신혼부부 주거지원 확대 검토 보고’에서 “(야당의 방안이) 재원 조달, 다른 취약 계층과의 형평성, 실효성 측면에서 적정성이 낮다”고 밝혔다. 국민임대주택을 3만 가구 지으려면 3조6000억원이 들고 이를 10년간 계속하려면 36조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책임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면 구호만 바꿀게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통계청과 통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자기 집을 가진 가구 비중은 결혼 1년 미만 가구가 26.1%, 결혼 5년차 41.8%, 결혼 10년차 48.3%, 결혼 30년차는 66.7%로 나타났다.

4가구 중 1가구가 ‘내 집’을 마련하여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나머지 3가구가 임대주택을 원하면 모두 마련해 주겠다는 것인지, 늘어나는 수요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궁금하다. 해마다 지역별로 신혼부부가 얼마나 되는지, 임대주택 확보는 가능한지, 임대주택을 선호하는지, 풀어야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재원 조달은 주택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0조원의 재원과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고 정부가 이자를 보전해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주택기금은 저소득 무주택자들의 주거안정에 쓰도록 용도가 정해져 있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지원’ 공약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재정을 뒷감당 못해 곳곳에서 복지 디폴트 선언이 나오는 판에 더 이상 국민을 현혹시키는 공약은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