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식 농사 잘 지으려다 '노후 쪽박'

사설 기자
입력일 2014-11-16 16:00 수정일 2014-11-16 16:00 발행일 2014-11-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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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맹신에 가깝고, 교육열은 뜨겁다. 아이가 말문을 트자말자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 자식교육에 올인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전과목을 보습학원에서 교육받게 하는 것도 모자라 피아노와 미술, 태권도를 가르치며 사교육에 열을 올린다. 중학생이 되면 선행학습을 시킨다. 고등학생 둔 학부모는 머리띠를 맨 수험생과 다를 바 없다. 대입합격률이 높은 학원과 족집게 과외 강사 정보수집에 발 벗고 나선다.

사교육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로 1인당 평균 1억6438만원을 쓰고 있다(2012년 기준). 그 가운데 사교육비가 80%로 1억3000만원 가까이 든다. 자녀의 미래가 사교육에 좌우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한국사회 저출산 해법을 찾는다’ 세미나를 열고 이런 실태를 공개했다. ‘자녀 교육 부담 해법은 있는가’란 보고서를 보면 영유아 시절 양육비, 대학 학비, 결혼 비용까지 더하면 한 명 키우는 데 3억4000만∼3억5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식 키우느라 등골이 빠진다”는 게 결코 빈 말이 아니다.

부모는 노후 대비조차 못하면서 자식에게 투자하지만 자녀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나보다 높아질 거라 보는가’란 질문에 1994년 10명 중 6명이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으나 지난해는 43.8%가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소 팔고 논 팔아 공부시키면 나중에 그 자식이 성공으로 보답하던 시대가 이미 지났음을 보여준다. 베이비부머들은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의 봉양을 못 받는 첫 세대라고 자조하는 이유다.

‘세상에서 가장 부실한 보험은 자식 보험’이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자식 농사 잘 지으려다 ‘노후 쪽박’을 차지 않으려면 자식에게 자립심을 키워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고령화시대의 진정한 자식사랑은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자식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자식에게 올인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