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연계 구분 없이 치러진 영어도 1등급 컷이 98점이 되면서 3점짜리 문항 하나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한다. 국어A 역시 1등급 컷이 96~97점으로 추정되면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시모집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는데도 비상이 걸렸다. 인문계 수험생들도 혼란스럽긴 매 한가지이다. 지난해 너무 어렵게 출제된 영어B에 이어 올해는 국어B가 바통터치를 하면서 등급이 떨어진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정시모집 하향지원 도미노현상이 재현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선학교 고3교실 진학지도교사들은 이번 수능이 “변별력을 거의 상실했다”며 “정시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 진학 지도가 힘든 상황”이라고 탄식하고 있다. 학생들 또한 “이렇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려면 6월·9월 모의평가는 왜 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수능이 실력보단 실수 안하기 평가로 전락하면서 상위권 수험생들의 재수·삼수를 부추겨 사교육비만 더 늘리는 원치 않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와 평가원이 사교육조장 비난을 피하려고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반응하는 바람에 이런 난이도 널뛰기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수능이 수월성 교육아란 명분아래 더 쉬워져 자격시험화 한다면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예전처럼 본고사를 적용시키는 대학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고사가 부활되면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수능 난이도조절 실패의 최대의 피해자는 수험생과 그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한 학부모들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