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구안와사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기자
입력일 2014-11-13 16:00 수정일 2014-11-13 16:00 발행일 2014-1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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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예로부터 “다듬이돌을 베고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하여 함부로 찬 곳에서 자지 못하도록 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입(口)과 눈(眼)이 마비되어 돌아가는 질환을 ‘구안와사’라 한다.

구안와사란 한 쪽의 안면근육의 마비를 주 증상으로 하며 눈물의 감소 혹은 증가, 귀 뒤의 통증, 청각과민, 이명, 미각장애, 침샘의 기능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서양의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에 해당한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원인이 될 만한 질환이나 외상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안면신경마비(Bell’s palsy)가 가장 많은데, 이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젊은 층이나 여성들도 발생할 수 있다.

병의 진행은 일반적으로 발병 후 48시간 내에 증세가 뚜렷하게 악화되었다가 2~3주가 지나면서 점차 회복되어 환자의 80% 정도는 4~8주 이내 회복되고, 심한 신경 손상이나 신경 변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약 80% 이상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보통 환자들은 중풍이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한의원을 찾아온다. 물론 중풍으로 인한 경우도 있으며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보통 중풍과 같은 중추신경질환은 50대 전후의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또한 중추신경질환에 의한 안면신경마비는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정도가 심하지 않은 특징이 있으나, 일단 증상이 발생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 구안와사는 경미한 중풍(中風)의 일종이라고 본다. 한의학적으로 구안와사를 치료한다는 것은 경미한 풍병(風病)을 치료해서 나중에 중풍과 같은 큰 병이 오지 않도록 예방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그 치료가 중요하다.

구안와사는 증상에 따라 실증(實證)과 허증(虛證)으로 나눈다.

실증이란 찬 물건이나 바람에 장시간 얼굴을 접촉했을 때 일어나는 마비 상태로 이러한 경우 마비가 심한 것이 대부분이며 입이 심하게 돌아가고 얼굴에 통증이 수반되기도 한다.

한편 허증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발병하는데 주로 초기에는 귀 뒤에 통증이 오면서 1~3일간에 걸쳐 서서히 증상이 악화된다.

한의학적 치료는 허증과 실증을 막론하고 증상 자체는 물론 허약한 체질까지도 개선해준다.

허증은 기혈(氣血)을 보(補)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실증은 기운을 다스려 막힌 경락을 통하게 하는 이기통경락(理氣通經絡)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그밖에 침구요법을 병용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평균적으로 6~8주 치료를 받으면 회복할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하면 6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할 때도 있다.

또한 가정에서도 꾸준히 안면근육을 움직여줘야 회복속도가 빠르다. 예컨대 눈을 크게 뜨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얼굴을 찡그리기, 휘파람을 불며 입 꼬리를 올리는 등 동작이 잘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동작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