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도 '엔低 치명타' 우려 확산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4-11-05 17:19 수정일 2014-11-05 19:50 발행일 2014-11-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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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과 경쟁 업종 치명타 피하기 어려울 것" 전문가들 우려 확산<BR>조선·철강 업계는 "기우일뿐" 일축

최근 엔저 여파로 자동차산업에 이어 조선·철강업계까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의 우려 표명과 달리 업체들은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함에 따라 지난 4일 오후3시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엔화 100엔당 949.46원을 기록했다. 마감시간 기준 원·엔 환율이 9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8월(949.76원) 이후 6년2개월 만이다.

엔저, 즉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제품은 비싸져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조선·철강 등 일본 기업과 경쟁 중인 분야의 경우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굴지의 철강회사 포스코의 주가는 지난 4일 3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엔저로 일본산 철강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포스코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장이 엔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국내 철강기업들이 일본 기업과 겹치는 주력 수출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품과 일본 제품은 열연강판과 중후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 수출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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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9월 수입된 일본산 철강재 중 열연강판은 34.9%, 중후판은 16.4% 등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일본산 열연강판은 냉연강판 제작에 쓰이고 중후판은 조선사에 선박 제조용으로 많이 공급된다. 

또 실제로 올 9월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67만8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했다. 최근에는 엔저 현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산 철강제품의 국내 점유율이 더욱 늘고있는 실정이다.

공급과잉으로 수년째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9월 국가별 선박 수주량에서 우리나라는 3위를 기록하며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이 92만2800t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과 한국이 각각 55만1850t, 42만1528t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새롭게 대형 선박과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량을 늘리고 엔저로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국내 조선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 조선업체 간 합병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실시한 것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국내 조선업체들은 일본 기업과의 수주 전쟁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몇 차례 엔저 현상에도 불구하고 수출제품 단가를 유지해온 일본 기업들이 최근 추가 양적완화에 힘입어 엔저가 심화될 경우 단가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강 조선 등 우리 제조업에는 상당히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美중간선거·日양적완화에환율큰폭상승
<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5일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와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양적완화 발언으로 환율이 큰 폭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증가는 전 거래일 증가보다 7.1원 오른 달러당 1083.5원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nbsp;

하지만 철강 및 조선 업체들은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모두 원료 자체는 수입하고 있고 달러로 계약한다”면서 “엔저로 일본이 수출에서 강세를 보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원료는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원재료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에서 얻은 플러스 요인이 상쇄될 것”이라며 말했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일본의 경기 회복을 견인, 일본 철강사들이 재차 내수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한국 업체들의 일본 점유율 확대와 기타 지역에서 수출 기회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엔저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조선업체들이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량을 늘리고 있긴 하지만 당장 국내 조선 빅3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긴 힘들다”고 말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