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에 대출금 더해 너도 나도 치킨집·커피숍 창업 문제"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4-11-04 15:26 수정일 2014-11-04 18:57 발행일 2014-11-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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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자영업 진단 보고서

# 1년 전 퇴직 후 경기도 광명시에 고깃집을 차린 김아주(51)씨는 얼마전 가게 문을 닫았다.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아 매달 내는 점포 월세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폐업할 수 밖에 없었다.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낸 점포였는데 이제 자식들 학비부터 당장 생활비까지 걱정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같은 일은 비단 김 씨만의 사정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퇴직자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5년 출생) 대부분이 퇴직 후 퇴직금에 대출을 더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개업 1년 안에 30%, 3년 안에 50%가 망하고 5년 이상 유지하는 점포는 20%뿐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자영업을 통해 밥벌이를 하고 소득을 올리기가 결코 쉽지 않은 실정이다.

4일 산업연구원은 ‘자영업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 자영업자 연령층 분포는 40대 26.1%(150만명), 50대 31.1%(179만명), 60대가 26%(150만명)를 차지하며 40~60세대의 자영업 비중이 83%에 이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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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의 1인당 연 소득은 2012년 기준 2053만원으로 근로소득금액이 1인당 평균 2986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개인사업자 평균 소득은 근로소득자 평균 소득의 60.6%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심각한 문제는 ‘업종 쏠림 현상’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분석한 자영업 현황을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 중 도소매업이 27.7%로 가장 높고 숙박 및 음식점업 22.3%, 운수업 11.5%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은 과다 경쟁체제에 놓이게 되고 몰리는 업종에 뛰어든 대다수가 결국 가게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섣불리 남들 다하는 치킨집, 커피숍 등에 뛰어들었다간 실패하기 쉽상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까지 정부의 다양한 자영업 지원 대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위기의 자영업자를 구할 정부의 실효성 있는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 대책도 필요하지만 자영업에 뛰어들기 전 개인이 먼저 경험을 하고 신중히 검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커피숍을 개업하고 싶으면 직접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 보라는 것.

주 현 산업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의 평균 소득은 임금근로자보다 낮고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영업의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추진해야 한다”고 자영업 문제에 대해 진단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