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산층 얇은 ‘30-50클럽’ 공허하다

사설
입력일 2014-11-04 16:00 수정일 2014-11-04 16:00 발행일 2014-11-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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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1인당 3만 달러와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나라를 의미하는 이른바 ‘30-50클럽’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달 말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이라며 “30-50클럽 국가가 되기 전에 국회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과 관련, “글로벌 30-50클럽의 위상에 맞는 국가대표급 중소·중견기업이 다양하게 배출되기를 기대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보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보다 4.22% 늘어난 3만88달러를 기록, 30-50클럽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후년인 2016년은 되어야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30-50클럽에 가입할 경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라고 했다.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따져볼 게 있다. 1인당 3만 달러의 소득은 국민의 전체 소득을 평균해서 구한 숫자다. 따라서 ‘부의 편중현상’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전체적인 평균값은 3만 달러가 가능할 수도 있다. 못사는 국민이 잘사는 국민보다 훨씬 많아도 전체적으로는 3만 달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얻어서 쥐꼬리 수입으로 생활하는 국민에게는 30-50클럽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한국갤럽의 얼마 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빈부격차가 심각하다는 국민이 86%나 되고 있었다.

과거 1인당 소득 ‘1만 달러 시절’에는 중산층이 두꺼웠다. 하지만 지금은 중산층이 얇아진 상태다. 3만 달러가 1만 달러 시절보다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보고서는 30-50클럽 가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한국인의 ‘생활만족도’가 중국과 베트남, 파키스탄보다도 낮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