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치권 선거구획정 권한 내려 놔라

양규현 정치경제부 국장 기자
입력일 2014-11-03 16:00 수정일 2014-11-03 16:12 발행일 2014-11-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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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현-국장
양규현 정치경제부 국장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는 내년 말까지 새로운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은 선거구획정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의 ‘밥그릇’ 문제를 넘어 여야 텃밭의 지형도 자체를 바꿔 놓는 보이진 않는 태풍이 되어 왔다. 이런 보이지 않는 정치 셈법이 있기에 여야가 사활을 걸어 왔다. 지난 2012년 4·11 총선 당시에도 여야가 선거 5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까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결국 선거 준비에 다급해진 중앙선관위가 국회의원 정수를 1석 늘린 300석으로 하자고 제의에 19대에 한해라는 단서를 달아 선거를 치룬 것이다. 그 결과 299석이던 국회 의석이 오히려 늘어났다.

이럴 때마다 선거구획정위를 국회가 아닌 헌법 기관인 중앙선관위에 맡기자는 제안도 나왔다. 여야는 선관위 제안에 ‘원칙적 동의’를 표 했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외면해 왔다. 이제 더 이상 정치권이 외면만 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일부이기는 하나 꼼수는 변함없이 나오고 있다.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지역구를 존속시키는 대신 늘어나는 지역구 의원만큼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여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중심에서 생각해 볼만한 방안일 것이다. 하지만 헌재 결정 정신에는 어긋난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을 볼 때 더 이상 선거구획정을 정치권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타인의 일에 대해 냉정한 국회도 자신들의 일에 대해서는 항상 관대하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이야기가 나온 지 언제인가. 하지만 아직도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내려놓지 않았다.

더 이상 정치권 꼼수와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일이 없도록 차제에 독립 기관에 맡겨야 한다.

마침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관위에 일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혁신특위는 선거구 획정 문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다루지 않고, 법 개정을 거쳐 선관위가 마련한 안을 곧바로 국회에 상정해 원안 의결토록 제도화한다는 방향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도록 선거관리위원회에 (그 권한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위원장도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 기구화하고 거기서 결정된 것을 국회가 그대로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모처럼 뜻이 통일됐다.

여야는 그동안 끊임없이 정치 개혁과 기득권 포기를 외쳐 왔지만 실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주지 못해 실망만 안겨줬다. 이 과정에서 항상 당리당략만 남겼고 그때마다 정의는 사라졌다.

선거구 획정은 총선에 나서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게임의 룰’이라는 점에서 공정해야 한다. 이런 게임의 룰이 시작 과정에서부터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게임의 정당성까지도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실망을 줬다. 따라서 국민은 정치권에 대한 무안한 불신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번 문제만큼은 선관위에 넘겨주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중앙선관위의 선거구 획정이 현실적으로 가장 공정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양규현 정치경제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