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 보험사 역마진 공포… 소비자만 봉?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1-02 17:15 수정일 2014-11-02 19:00 발행일 2014-11-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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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이율 하락→예정이율 하락→보험료 인상 수순
공시이율 하향조정 통해 환급금도 줄어들 듯
2%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판매한 고이율 확정금리형 상품 때문에 역마진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역마진으로 인한 손실금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역마진 위험 증대, 성장동력 부재, 요율 규제 등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지면서 보험료를 올리고 환급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위기 탈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이 지난 2000년 초반 연 5% 이상의 확정금리 조건으로 판매했던 상품만 140조원을 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금리리스크와 금리역마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는 금리역마진 해소를 위해 예정이율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때까지 보험료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말하는데 보험사별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상수익률이 올라가면 보험사는 이를 감안해 일정한 비율로 보험료를 미리 할인해 주기도 한다. 즉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는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낮출 수 있는 것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혁신 및 건전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보험사의 표준이율 산정방식을 종전 최저 연 3.5%에서 연 3% 초반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변경됐다. 표준이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해야 하는 책임준비금에 적용하는 이율이다. 표준이율 산정방식을 연 3%로 낮추면 보험사는 적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정이율을 인하하게 된다.

즉 보험사는 표준이율 하락이라는 방법을 통해 보험소비자들의 보험료를 합법적으로 올리는 ‘꼼수’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낮아진 예정이율에 대한 적용은 당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판매되는 신계약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판매되는 보험상품에 대한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 위원은 이어 “보험사들이 역마진의 해결책으로 표준이율과 예정이율을 줄여 소비자들의 보험료를 인상하게 되면 가입자의 수요가 줄어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공시기준이율의 조정범위를 종전 10%에서 20%까지로 확대한 점도 소비자의 이익을 강탈하는 구조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에 적용하는 이율로 만기나 중도 해지시 받는 환급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쉽게 말해 은행의 예금금리와 유사하다. 공시이율 조정범위 폭이 확대되면 보험사는 역마진 고착화 구조에 대한 우려로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공시이율을 인하하게 되고, 따라서 소비자(보험계약자)의 환급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기준금리 여파로 삼성·교보·한화·동양·알리안츠·ING생명 등이 9월에 이어 10월에도 공시이율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시이율 조정범위를 확대하면 소비자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며 “환급금 개선 등을 위해 저축성보험의 사업비를 인하하고 환급율 예시를 강화하는 등 보완방안을 함께 마련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7월 15일 발표한 보험혁신 및 건전화 방안 시행을 위한 보험업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입법예고된 상태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