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하는 ‘올드보이’들이 더 아름답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14-11-02 16:00 수정일 2014-11-03 16:12 발행일 2014-11-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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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그들만의 기업문화와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교토 기업이란 기업군이 있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닌텐도·호리바제작소·교세라·무라타제작소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기업들은 인구 145만 명의 지방도시인 교토 특유의 협력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중 가장 돋보이고 부러운 기업문화가 은퇴한 OB인재의 기술 및 노하우 활용을 위한 일자리 매칭사업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단카이(團塊)세대가 2007년부터 정년을 맞으며 기업의 기술력 유지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그들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일자리 정책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경력단절 없이 소득이 있는, 일하면서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가장 잘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들이 이들 교토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OB인재 활용을 기업성장을 위한 경쟁력의 일부로 인식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고령자 채용에 앞장서 왔다. 일자리정책에 관한 끈끈한 네트워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50대 중반이면 일자리에서 내몰려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경력과 전혀 상관이 없는 프랜차이즈 치킨집·빵집·편의점·커피전문점 등 자영업을 전전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퇴직금·저축 등 노후자금마저 날리고 생계를 걱정하며 절망의 나날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고령화 사회 성숙기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일자리정책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고령자실업이 청년실업 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대체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연금정책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 자신의 경륜을 국가경제를 위해 쏟아 붓게 하는 범정부차원의 OB일자리 매칭대책이 필요하다. 일자리에서 내몰려 절망하는 올드(Old)보이가 아닌 자신의 노후를 일하면서 설계하는 긍정주의자 옵티미스트(Optimist)보이가 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