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덩이 가계부채, 저축률 OECD 꼴찌

사설
입력일 2014-10-29 16:00 수정일 2014-10-29 16:00 발행일 2014-10-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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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가계부채에 저축은 엄두조차 못 낸다. 가계 빚만 늘어난 게 아니다. 기업과 국가부채도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한구(새누리당) 의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과 기업,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세계경제포럼(WEF) 기준의 채무부담 임계치보다 약 10∼4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채는 1,810조원, 국가부채는 공식부채(490조원)에 공공기관 부채와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 부채 등을 합쳐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채 총액은 1,641조원에 이른다. 개인 부채는 1219조 원으로 명목 GDP의 85.4% 수준이다. WEF 기준으로 개인 채무부담 임계치는 75%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정감사에서 원금ㆍ이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심각성을 드러냈다. ‘돈 풀기’의 성장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가계 빚이 늘어나니 저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저축률은 1988년 24.7%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4.5%로 곤두박질쳤다. 2001년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저축률 5.3%를 밑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의 저축률 9∼13%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저축률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가처분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저축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단기 부동자금이 75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인데도 금리가 떨어지면서 저축에 대한 유인이 줄어든 것도 요인이다. 설령 돈이 있더라도 마땅한 금융상품을 찾기 힘들다. 저금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은행들도 이익이 안 남는 예·적금 유치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률이 떨어지면 성장 동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100세 시대 노후 대비와 은퇴자들의 재산형성을 위해서도 저축을 유인할 금융상품 개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