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내이사 80%는 '오너일가'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10-29 14:56 수정일 2014-10-29 19:31 발행일 2014-10-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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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694곳 중 11%인 78곳만 女 등기임원 있어
유럽·미국처럼 법적 할당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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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의 여성 등기임원의 비율이 고작 11%에 불과하고 그나마 여성 사내이사의 80%는 지배주주 일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694개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78개사(11.2%)에 불과했다.

78개사 중 여성 등기임원 수는 총 85명으로 기업당 평균 1.08명에 그쳤다. 두 명이 넘는 여성 임원을 보유한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여성 등기임원 가운데 사내이사는 80.0%인 68명이었고, 이 중 지배주주 일가는 무려 54명으로 79.4%를 차지했다. 또 여성 사내이사 가운데 상근직은 70.6%인 48명이었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200개 상장사 가운데 총수가 있는 181개사는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이 1.33%였던데 비해 총수가 없는 19개사는 0.58%에 그쳤다.

또한 상장 계열사를 갖고 있는 49개 대규모 기업집단 가운데 79.6%인 39개 기업집단이 여성 임원을 단 1명도 보유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와 한화, 효성, 신세계, CJ, GS, 코오롱 등이 해당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전체 등기임원 수는 4561명으로, 여성임원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세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기관인 GMI 레이팅스에 따르면 이 같은 한국의 상장사 여성 임원비율은 주요 10개국 가운데 일본(1.1%)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다. 프랑스가 18.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독일(14.1%), 미국(14.0%)의 순으로 높았으며, 중국도 8.4%로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구미 국가들의 경우 상장사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법적 할당제를 추진하는 등 확대 추세”라며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의 여성할당제 의무화를 추진 중이고 노르웨이와 프랑스는 여성임원 할당비율을 각각 40%와 30%로 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