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이명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입력일 2014-11-02 16:00 수정일 2014-11-02 16:00 발행일 2014-11-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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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이명이란 외부에서의 아무런 자극 없이 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을 말한다. 매미 소리, 맥박이 뛰는 소리, 피아노 건반음, 금속판 비비는 소리, 라디오의 잡음 등 환자마다 다양하게 호소한다.

건강한 사람도 몸이 피곤하거나, 불안하고 근심이 많은 경우, 또는 잠이 부족한 경우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명 증상이 지속되어 괴롭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여 즉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왜냐하면 초기에 치료할수록 완치의 확률이 높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이명을 방치하면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난청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의 원인은 아직까지 불분명하나, 이어폰 음악소리와 같은 큰 소리에의 노출, 만성 스트레스, 과로, 불면증, 약물, 음식 알레르기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고막, 이소골, 달팽이관(청모세포), 청각신경, 뇌줄기, 대뇌피질로 이어지는 청각시스템에 이상이 생겨서 이명이 발생하게 된다,

한의학적으로 이명은 크게 신허(腎虛)와 담화(痰火)의 두 가지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귀는 신장(腎臟)의 지표이다(耳者 腎之竅也.)”라는 구절이 있어, 귀와 신장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신장은 정(精)을 주관하고 있는 까닭에 정기(精氣)가 조화를 잘 이루면 신장의 기운이 왕성해지므로 모든 소리가 정상적으로 잘 들린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신장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살펴보자면 우리 몸의 대사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부신의 기능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신허이명은 기(氣)와 혈(血)이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로 원기(元氣)부족, 오랜 투병생활, 대수술이나 출산으로 인한 출혈과다 등으로 정기가 약해진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이 경우에는 요통이나 성기능의 장애, 무기력, 만성피로와 같은 허증(虛證)의 증상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다음으로, 담화이명은 열(熱)과 화(火)로 인해 피가 탁해져서 오는 경우다. 즉, 오랜 긴장과 불안과 같은 정신적 원인이 몸의 각 장기인 오장육부에 이상을 일으키고 탁한 기운, 즉, 담화(痰火)를 만들어 그것이 청각시스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특히 피가 탁하다고 볼 수 있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의 환자가 신경을 과도하게 쓴다거나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는 경우에 잘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약물요법을 위주로 침구요법 등을 병행하여 이명을 치료한다. 신허이명의 경우 체질에 따라 신장의 정기를 보하는 방법으로 이 병을 다스린다. 담화이명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보심(補心)하고 담화를 없애는 약물로써 치료한다.

이명은 한의학적으로는 인체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기와 관련된 증상으로서 치료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생활에 있어 화내는 일을 삼가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달팽이관의 청모세포를 손상시키는 카페인, 술, 담배, 짠 음식, 인스턴트 식품 등의 음식을 삼가야 한다.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