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기름 - 강북기름 ℓ당 400원 차이는 땅값 탓

이형구 기자
입력일 2014-10-27 17:41 수정일 2014-10-28 15:56 발행일 2014-10-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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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지역별 차이 큰 이유는<BR>① 땅값 ② 납품가 ③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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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10년 12월 이후 4년 만에 ℓ당 1700원대로 떨어졌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일 ℓ당 1798.85원을 기록해 처음 1700원대로 진입한 이후 27일 1763.88원으로 더 떨어졌다.

이처럼 기름값이 하락하면서 서울시내에도 휘발유 가격이 ℓ당 1600원대인 주유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현재 휘발유 가격이 ℓ당 1600원대인 주유소는 모두 29개다. 가장 싼 주유소는 구로구의 대복주유소로 ℓ당 1664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반면 가장 비싼 주유소는 관악구 보라매 공원 부근의 삼화주유소(현대오일뱅크)로 휘발유 가격이 ℓ당 2299원이었다. ”

가장 싼 주유소와 비싼 주유소의 가격차이가 635원이나 나는 셈이다. 48ℓ들이 아반떼 연료탱크를 가득 채운다고 할 때 가장 싼 주유소에서는 7만9872원이 드는 반면 가장 비싼 주유소에서는 11만352원이 들어 차액이 3만원이 넘는다.

그렇다면 같은 휘발유인데 주유소마다 이처럼 가격차가 벌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석유공사 등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주유소 기름값을 좌우하는 주요요인으로 땅값과 공급가, 업주의 마케팅 정책 크게 3가지인데, 이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땅값’이다.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소요된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면 그만큼 가격을 내릴 여지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주유소 기름값을 결정하는 요소 중 토지가격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특히 서울은 각 지역별 지대 격차가 심해 기름값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에서 주유소 개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가와 시설조성비 등을 포함해 5~6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부지 임대를 통해 주유소를 운영하는 경우 월마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는 적잖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렇게 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결국 전국적으로는 땅값이 비싼 서울이, 서울 내에서는 강남지역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이다.

가격 결정의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정유업체가 주유소로부터 받는 ‘납품가’다. 문제는 이러한 납품가가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일부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에서 몰래 빼돌린 기름을 싸게 사오거나 계량기를 속이는 등의 불법을 저지른다. 이때문에 주유소업계 관계자들은 가격이 주변에 비해 지나치게 싼 주유소의 경우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직접 받느냐, 중간 대리점을 통해 공급받는 가, 아니면 현물시장에서 사오느냐에 따라 공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알뜰주유소처럼 정부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별 주유소 운영자들의 가격정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각 주유소는 변동하는 국제유가가 시세와 납품가, 기타 요소들을 고려해 보통 하루 단위로 기름값을 재설정한다. 바로 이 과정에 운영자들의 마케팅 아이디어나 노하우가 개입된다.”

주유소 가격 정책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보다 주유소의 입지다. 광진구 천호대로 일대처럼 주유소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하면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지만, 강남이나 사대문 안의 도심과 같이 소비자들의 기름 값에 대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거나, 주요 간선도로 상에 위치해 있어 입지가 매우 좋은 경우 가격경쟁을 펼치지 않는 주유소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여의도다. 국회와 기업, 은행 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어 관용차와 법인차가 많은 여의도의 경우 대부분 법인카드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름 값에 민감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주유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여의도에 자리잡은 5개의 주유소 가운데 4개의 주유소가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이 넘었다. 가격 경쟁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형구 기자

scal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