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강판에서 부품까지… 수직 계열화 완성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10-26 11:51 수정일 2014-10-26 19:26 발행일 2014-10-26 99면
인쇄아이콘
현대제철, 동부특수강 새 주인으로
2014093001000953000040911
동부특수강 전경.(사진제공=동부특수강)

특수강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동부특수강 인수전에서 결국 현대제철이 세아특수강을 제치고 활짝 웃었다.

현대제철은 동수특수강 인수를 위한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격적인 인수절차에 들어간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튼튼한 자금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건설용 철근, 조선용 후판, 자동차 강판에서 엔진과 변속기 등 차 부품에 들어가는 고급 특수강으로까지 대폭 넓히게 됐다. 무엇보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동부특수강에 대한 현대체철의 입찰가격은 3000억원대 초반으로 철강업계의 예상가 2500억원보다 500억원 이상 높다. 지난 9월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감정가의 3배 이상을 써낸 현대차그룹의 통 큰 배포가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반면 세아제강 측은 2000억원대 초반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단숨에 특수강 분야에서 국내 2위로 뛰어올랐다. 동부특수강은 엔진과 변속기 등에 사용되는 볼트·너트·샤프트 등 자동차용 부품·소재 철강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관련분야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 현대제철 23%로 세아특수강(42%)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현대차그룹이 부품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면서 향후 철강업계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세아그룹의 경쟁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하이스코, 동부특수강 등을 등에 업고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이 내년 준공하는 공장을 통해 연간 100만t의 특수강 원재료(봉강·선재)를 생산하면 동부특수강이 안정적으로 이를 공급받는 식이다. 동부특수강은 현재까지 원재료를 포스코에서 공급받아왔다.

따라서 포스코와 세아특수강 모두에게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잃었고, 세아특수강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특히 본격적인 인수전을 앞두고 포스코와 세아특수강은 MOU를 맺으면서까지 공동 대응에 나섰으나 결국 자금력 차이로 인해 현대제철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현재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은 세아그룹의 세아베스틸에 넘기려는 매각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강 분야의 선두인 세아그룹을 밀어주는 동시에 현대제철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26일 “포스코와 세아특수강 모두 동부특수강 인수 의지가 강했던 만큼 충격 여파가 있을 것”이라며 “포스코특수강 매각은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세아그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 본다”고 말했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