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펼치는 순간… 또 다른 나를 만난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0-23 14:01 수정일 2014-10-23 17:25 발행일 2014-10-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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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가디언 추천 '올해의 베스트 책 10'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독자들의 의견과 후기를 반영해 ‘2014 베스트 책 10권’을 보도했다. 순위에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유명한 작품도 있는 반면 예상 밖의 팬덤을 형성해 순위에 오른 익숙지 않은작품도 있었다. 다음은 가디언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책 10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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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버트 갤브레이스 ‘누에(The Silkworm)’

해리포터 시리즈 저자인 조앤 K 롤링이 지난해 4월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첫 범죄소설 ‘쿠쿠스 콜링’의 후속작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참전용사에서 사설탐정으로 변신한 주인공 ‘코모란 스트라이크’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소설가의 실종을 다룬다. 평범한 중년 소설가가 새 책의 원고를 에이전트에게 넘기고는 그대로 행방불명된다. 원고에는 그의 부인과 애인, 동료 작가, 편집자, 출판사 사장 등의 인물들이 비유적으로 묘사돼 있다. 코모란은 작가의 부인으로부터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변인들을 조사해 나간다.

원고에 묘사된 사람들은 모두 작가를 죽일 만한 동기를 가졌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때 잔인하게 살해된 작가의 시신이 발견된다. 소설을 읽은 한 독자는 “책에 다리가 달린 줄 알았다”며 몰입하기가 쉬웠으며 속도감 있게 책을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

2. 제니 오필 ‘심오한 추측(Dept. of speculation)’

결혼 한 후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을 가감 없이 묘사한 책이다. ‘친밀함’과 ‘신뢰감’, ‘사랑’이라 부르는 보편적인 감정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나 결코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미스테리’를 곰곰이 되짚어보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으로 일컬어지는 ‘아내(The wife)’는 위기의 결혼생활을 통해 깊이 고뇌한다.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은 냉소적인 문체와 속 시원히 전개되는 빠른 이야기 전개는 독자들을 짜릿하게 만든다. “짧지만 강렬한 언어로 일상을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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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오미 우드 ‘헤밍웨이 부인(Mrs.Hemingway)’

1926년의 눈부신 어느 여름날,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그의 부인 하들리는 여행을 한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들 곁에는 또 다른 멋진 여인이 있다. 그 또한 헤밍웨이의 사랑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문학계의 새 지평을 열었지만 결혼생활에 있어서는 아내를 고독하게 만드는 무심한 남편이기도 했다. 하들리 부인과 헤밍웨이, 주변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책이다. 

4

4. 레베카 미드 ‘미들마치로 가는 길(Road to Middlemarch)’

영국 소설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삶을 담은 내용이다. 조지 엘리엇의 대작 ‘미들마치(Middlemarch)’가 삶과 사랑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에 주목해 쓴 문학적 자서전이다.

5

5.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론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불평등, 특히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묘사를 담았다. 세습 자본주의에 대한 경고, 그리고 몇 가지 대안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누진세 혹은 부유세나 재산세 등을 거두고 거액의 보수를 받는 ‘슈퍼 경영자’들이 그만한 보수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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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디아 데이비스 ‘할 수 없거나 안 하거나(Can’t and won‘t)’

리디아 데이비스의 다섯 번째 신작 단편집이다. 데이비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만한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새로움과 기괴함을 찾는 작가로 평가 받는다. 그는 시 만큼이나 간결하고 정확한 문체와 상상력이 깃든 문장을 보여준다. 쳇바퀴처럼 매일매일 똑같이 도는 일상으로부터 신비스러움, 새로움, 익숙치 않음을 찾아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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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찰스 램버트 ‘마음 속에 제로(With a zero at its heart)’

각 장은 10개의 문단으로 구성됐으며 책은 총 24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의 문단은 합쳐봐야 120개 정도의 단어가 포함됐다. 찰스 램버트는 기억의 파편을 찾아 맞추며 돈, 섹스, 죽음 같은 가장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의 ‘0’은 사사롭지 않은 순간들, 물건들, 사람들, 분위기 등을 압축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숫자다. 시적이고 비교적 부드러운 문체를 가진 중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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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아 하이더 라흐만 ‘우리가 아는 것을 생각해보면(In the light of what we know)’

대상을 독특하게 접근하고 통찰하는 작가의 사고가 새로움을 넘어 신기하다. 책 속의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런던까지, 뉴욕,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등을 여행하며 사랑과 전쟁, 이상과 현실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평소 사색을 즐기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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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벤 마커스 ‘바다를 떠나며(Leaving the sea)’

 

이상 따위는 없는 이혼남 ‘롤링우드’는 아픈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인물이다. 전 부인과 회사 동료는 그를 인생에서 없는 사람 취급하며 무시한다. 아이는 엄마와의 기억을 최대한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하지만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호흡이 짧은 문장이다. 독자들은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주인공의 상황과 마음상태가 마치 엉킨 매듭을 푸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벼랑 끝에 몰린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할지, 책의 마지막 장까지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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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넬리스 매킨토시 ‘다른 어떤 입(any other mouth)’

 

치열하게 재밌다. 속이 뒤틀릴 정도로 충격적이고도 솔직한 섹스 경험담이 담겨있다. 집안 사정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진중한 스토리까지 접할 수 있다. 자서전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가 지금까지 살면서 겪어온, 잊지 못할 사건들을 꼼꼼히 담았다고 한다. 한 독자는 “21세기 여성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새로운 정의를 내려주는 것 같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