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성공을 막는 '실패 바이러스'··· 방심하면 걸린다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4-10-21 17:34 수정일 2014-10-21 19:28 발행일 2014-10-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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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사례 분석' 포스코경영연구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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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기업이나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 보고서는 지난 4~5년간 신성장동력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중도에 사업을 접거나 보류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패사례를 자세히 분석해 새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이 경계해야 하는 오류 7가지를 제시한다.

신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의 실패사례는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4060세대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새로운 사업에 나서는 기업이나 창업자가 조심해야 할 ‘7가지 바이러스’를 소개한다.

먼저 사업 아이템 발굴 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신사업 분야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레밍스 바이러스’와 공개 회의 시 의견 일치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채택해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사고 바이러스’다.

일례로 아날로그 필름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이스트만 코닥은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포토프린터 등 무분별한 신사업 유치로 2012년 파산했다. 이는 구성원들이 집단사고 함정에 빠져 누구도 신사업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못한 결과이다.

코닥과 같은 사례는 창업이나 인생 2막을 준비중인 4060세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99만 4000명 신규 창업자 가운데 84만 5000명이 폐업해 폐업률이 85%에 달한다. 특히 요식업계 폐업비율은 95%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는 창업자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재능과 관계없이 트렌드를 쫓아 무분별하게 요식업 창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자연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폐업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기획 단계에서는 기획 중인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과신해 긍정적인 부분만 바라보다 손실 부분은 간과하게 되는 ‘자기확증 바이러스’와 “오늘 잃었으니 내일 따겠지”라는 심리에 도박사처럼 여기저기 신사업을 벌려놓고 성공을 기대하는 ‘갬블러 바이러스’,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전략 없이도 제품의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알아서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좋은 쥐덫 바이러스’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듣는 퇴직 후 수차례의 사업실패로 퇴직금을 송두리째 날린 이들의 사례를 보면 대개 이 세가지 중 한 가지가 해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신사업 실행단계에서는 ‘흰 코끼리 바이러스’와 ‘돈키호테 바이러스’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흰 코끼리 바이러스는 사업성이 없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들인 공이 아까워 중단하지 못하고 사업을 계속 진행시키는 현상을, 돈키호테 바이러스는 사업 진행 중 여러 변수들이 변했는데도 처음의 계획만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웅진과 STX그룹은 시장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신사업 계획을 밀어붙이면서 그룹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 몰락했는데 이는 돈키호테 바이러스에 걸린 전형적인 사례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창업자 중에서도 창업이후 매출이 부진하거나 시장전망이 불투명함에도 투자한 돈이 아까워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가 고사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사업을 진행할 때 아이템 발굴~기획-실행 단계마다 객관적으로 오류들을 점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