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 찾느라 밤잠 잊어… 역사 직접 발굴"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10-21 10:08 수정일 2014-10-21 15:07 발행일 2014-10-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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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사소설 '총의 울음' 저자 손상익
소설가로 변신한 대한민국 1호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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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침략한 프랑스와 미국 함대를 물리친 범 포수의 투혼을 그린 ‘총의 울음’의 손상익(60) 작가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돼요. 인천에서 보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니 바다 위 외딴 섬 팔미도 위로 붉게 변한 태양이 넘어가고 있다. 타오르는 노을 아래서 역사 소설 ‘총의 울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작가 손상익(60)을 만났다.

‘총의 울음’은 과거 조선을 침략한 프랑스와 미국 함대를 물리친 백두산 범 포수들의 투혼을 그린 작품이다.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위해 소설 형식을 빌렸지만 그 토대가 되는 내용은 역사가 기록한 사실에 근거했다. 자료 수집에만 2년, 역사와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데 3년. 총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기자 생활을 거쳐 평론가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소설을 쓴다는 건 전혀 다른 과정이예요. 머릿속에 그리는 상황에 딱 맞는 단어 하나를 찾으려고 잠자는 것도 잊고 고민하죠. 그러다 보니 5년이 지나있었어요.”

올해 60세. 작가로서는 늦은 데뷔다. 소설가로 변신한 배경에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작과 그것을 지키는 저작권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에 맞서 싸우는 범 포수들의 용감한 항쟁은 조선왕조실록과 해외 도서관 자료를 뒤져가며 제가 직접 발굴한 노력의 산물이자 소중한 우리 역사예요. 다른 무엇보다 역사는 객관적 사실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요즘처럼 무분별하게 복제·변질되며 훼손되는 역사를 지키는 한 방법으로 소설을 쓰고 저작권을 갖기로 결심했죠.”

후세에 정확한 역사 기록을 전하는 그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설가가 아닌 손상익을 부르는 또 다른 수식어는 ‘대한민국 1호 만화 평론가’다. 그는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한국 만화 계보를 완성하는 ‘한국만화통사’를 집필하기도 했다.

“잘못된 내용이 생산되고 그게 다시 인용되는 과정을 끊으려면 ‘정확한 사실’이 있어야 해요. 책에는 고구려 고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만화에 대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어요. 평론가로서 ‘만화도 문화의 한 장르’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이왕이면 제대로 된 문화로 만화를 알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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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침략한 프랑스와 미국 함대를 물리친 범 포수의 투혼을 그린 ‘총의 울음’의 손상익(60) 작가

오랜 공을 들인 소설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것은 작가로서 순수한 바람이다. 소설 속 범 포수의 기백은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 못지 않게 무겁고 강렬하다. 공교롭게도 ‘칼의 노래’ 작가 김 훈도 기자 출신이다.

“출판사에서 작품이 좀 더 대중적으로 읽히게 진한 로맨스 한 장면만 넣어 달라고 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며칠을 생각하고 고민을 했는데 결국 포기했어요. 그들의 목숨 건 항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한 원본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글로 독자에게 첫 선을 보인 ‘총의 울음’은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으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글=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