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투표" vs "즉각 개표"…현대重 노조 '두 목소리'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10-19 18:00 수정일 2014-10-19 20:03 발행일 2014-10-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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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 이어진 파업 찬반투표에 분열 조짐
현대중공업노조파업찬반투표
파업 찬반투표가 3주째 이어지면서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서 균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은 울산 본사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노조원들이 투표하는 모습.(사진제공=현대중공업)

3주째에 접어든 파업 찬반투표에 지친 현대중공업 노조가 결국 분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의 전 노조집행부를 이끌었던 노동자민주혁신투쟁위원회(이하 노민투)가 19일 유인물을 통해 무기한 연장된 파업 찬반투표의 개표를 촉구했다. 이번 파업 찬반투표 이후 내부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민투는 “지난 1일 집회에서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이 절반을 넘어 총회가 성사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개표도, 교섭도 중단한 채 회사의 방해 탓에 투표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월 중순까지 시간만 허비한다는 것은 교섭에서 승리할 자신도 없고, 개표 후 파업할 자신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집행부의 어설픈 대응으로 인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피해가 조합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현재 노민투와 같이 노조를 향해 즉각적인 교섭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과 파업 사이에서 숨가쁘게 줄다리기 하던 흐름이 3주가 넘도록 잠잠해진 탓이다. 특히 이 기간동안 사측이 조합원 마음 돌리기에 주력하고, 위기론이 점차 불어남에 따라 강경했던 목소리는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난달 14일 임명된 권오갑 사장은 즉시 울산 본사로 내려가 매일 아침 직원들의 손을 잡고 경영 정상화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와함께 12일에는 262명에 달하는 전 임원의 사직서를 받아 이중 81명을 퇴출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회사에 변화를 주고,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1조1000억원이라는 창사이래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악화가 거듭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총 매출 12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00억원, 당기순손실 6166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이같은 어닝쇼크(실적충격) 여파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상 영업손실은 1000억원대에서 7000억원대에 까지 광범위하다.

목표량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주량도 조합원들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26조5500억원(250억달러)으로 잡았으나 9월까지 기록한 수주액은 14조1392억원(133억달러) 정도에 그쳤다. 목표량의 53.2% 수준으로 그룹 내부가 동요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대적인 임원진 개편으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문성을 확보했다. 임금협상만 잘 마무리되면 경영 정상화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임단협이 즉각 타결되더라도 올해 수주목표를 완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