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파업 찬반투표만 3주째…임단협 타결 요원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10-19 14:49 수정일 2014-10-19 14:49 발행일 2014-10-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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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찬반투표, 9월 23일 부터 현재까지... 개표소식은 없어
경영악화, 무노동·무임금 원칙·임원 구조조정에 노조원 동요 시작
구호 외치는 현대중공업 조합원들
9월 2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2014 임·단투 조합원 보고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달 23일부터 3주 넘게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함에 따라 내부의 불만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노조는 당초 9월 23일부터 4일간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찬성 의견이 과반수가 넘을 경우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5월부터 시작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노조가 꺼내든 최종 카드다.

4일간의 투표시한 동안 투표율이 생각보다 저조하자 노조는 ‘투표기한 무기한 연장’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사측의 압박으로 투표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3주가 지난 현재 투표소는 3곳 안팎으로 줄었다. 30여개의 투표함은 봉인된 채 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투표 참여자도 절반을 넘어 총회 성사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노조는 당분간 투표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노조 소식지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률로 임단협에서 승리하자”고 투표를 독려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사측은 파업 분위기가 잦아든 상황에서 집행부가 찬성률 저하를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절반 이상의 조합원이 투표했다면 개표를 진행해 조합원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 상반기 창사이래 최대 영업손실 때문에 내부에서 파업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임원 262명 전원의 사직서를 받고 3일 뒤인 15일 이중 3분의 1 가량인 81명을 정리했다. 의리를 중시하는 현대가(家)의 경영정책상 이례적인 일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노조는 “어차피 연말에 실시할 인사이동을 두 달 먼저 시행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경영진의 결단에 직원들이 서서히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노조가 3주 넘게 파업 찬반투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파업여부가 임단협 협상카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며 “회사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만큼 이제라도 임원 구조조정에 응답할 노조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