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근로자 더 뽑고 싶어도 인원제한 탓에 못 뽑아"

차종혁 기자
입력일 2014-10-16 17:31 수정일 2014-10-16 18:48 발행일 2014-10-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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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학습병행제' 대폭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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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해 2017년까지 학습근로자를 7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나 절차상 까다로운 요건 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9월 말 현재 학습병행제 참여기업이 당초 목표(1000개)를 크게 초과한 173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산업인력공단에 확인결과 1730개는 인증받은 기업일 뿐 실제 학습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은 94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수도권에 위치한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 A사 관계자는 “학습 근로자를 더 채용하고 싶은데 산업인력공단에서 직원수의 15% 이내로 제한해 현재 채용한 인원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위치한 B사는 “10월초에 학습근로자를 뽑아 1차 교육을 시작했는데 인원을 추가하려고 했더니 1차 교육에 편입이 안 되고 2차 교육을 진행해야 해 더 뽑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7년까지 일·학습병행제 기업을 1만개로, 청년 학습근로자를 7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정부의 계획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일·학습병행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학습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480만원의 인건비와 별도의 훈련비를 지원받는다. 또한 교육 담당자 수당으로 일괄적으로 연간 800만원을 지원 받고 있다.

이같은 정부 지원에 기업들은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하길 원하고 있으나 인증에서부터 운영까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식품 관련 C업체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여타 업종과 달리 학습교육 과정을 개발하기가 어렵고, 3년 이상 경력자 1명이 2명의 학습근로자를 교육해야 할 상황이라 운영이 힘들다”며 “기업 현장에 맞게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기업들이 학습근로자를 더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증을 받기 위해선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일학습병행 교육담당자의 자격을 3년 이상 경력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교육 담당자 1인당 교육 인원도 업종 특성상 제한돼 있어 기업 입장에선 교육담당자 확보가 부담이다. 현장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지만 기업 현장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일학습근로자 인원을 제한하는 이유는 예산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일학습근로자가 너무 많아지면 기업 운영이 정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산업인력공단은 참여 기업의 요구와 달리 현장 교육 담당자의 자격요건을 오히려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 담당자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 현장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학습병행제 확대를 위해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배 가까이 증액한 833억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충분한 현장 검증 및 제도보완 없이는 청년들이 현장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싼 값에 노동력을 제공하게 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시행된 2+1, 청년인턴제 등을 보면 기업에서 학생을 낮은 임금으로 함부로 사용해도 된다는 식으로 운영되는 폐해가 있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홍정우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팀장은 “일학습병행제의 핵심은 기업 현장에서 전문 인력을 키우자는 것인데 청년실업난 해소 차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인증 기업이 목표를 초과한 것을 볼 때 1만개, 7만명 계획 수립은 무난하다고 본다”며 “참여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해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에 학습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채용기업 수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